중앙대 서성준 피부과 교수가 지난 21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요즘 중증 아토피 환자들은 '기적의 치료제'로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밤잠 설치게 하는' 가려움이 주사 한 방에 사라지고, 하루 한 알 알약으로 온 몸을 뒤덮었던 각질이 떨어지며 피부가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아토피 주사제인 '듀피젠트'와 올해 사용 승인을 받은 먹는 아토피 신약 3형제(올루미넌트, 린버크, 시빈코)가 그 주인공이다. 이 중 듀피젠트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산정 특례로 지정돼 중증 성인 환자에 한해 올해부터 약값 10%만 부담하면 된다.

아토피는 몸속 면역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지방 세포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이 저장돼 있는데, 면역 균형이 무너지면 지방 세포에 쌓인 사이토카인이 쏟아지게 된다. 그러면 그 아래 신호 전달 체계인 JAK(Janus Kinase) 등이 사이토카인을 받아들여 몸에 가려움증, 염증 등을 일으키게 된다.

듀피젠트는 사이토카인 중에서도 가려움과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가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치료제다. 아토피 치료 역사상 30년 만에 나온 신약인데, 면역 억제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증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목을 받았다.

아토피 신약 3형제는 신호 전달 체계인 JAK을 억제한다. 지방 세포에서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더라도, 신호 전달 체계(JAK)가 작동하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식이다. 하루에 한 알 복용하는 약인데, 듀피젠트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이면서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해 약값이 비싼데도 환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듀피젠트의 글로벌 임상에 참여하고, 한국에 소개한 중앙대학교병원 서성준 피부과 교수는 이런 치료제를 두고 "획기적 치료법"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아토피가 일어나는 경로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이 다 됐었다"며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 면역반응의 길목을 끊는 법을 인류가 개발해 낸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획기적 신약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잘못된 아토피 정보가 돌아다니면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아토피 비즈니스'가 여전히 성행한다. 아토피 원인은 환경이 70%, 식품이 30% 정도인데, 식품을 지나치게 경계하면서 천연 유기농 간판의 식품이 고가에 팔려나간다.

아토피는 면역 체계가 무너지면서 생긴 반응이라서, 면역 세포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나을 수 없다. 그런데 체질을 바꿔 아토피를 완치시켜 주겠다는 민간요법도 있다. 반면 이런 피부질환은 생명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항암제 등과 비교하면 국가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다.

피부질환 임상 및 치료 권위자인 중앙대학교병원 서성준 피부과 교수를 지난 21일 만났다. 지난해까지 대한피부과학회 회장, 대한 아토피 피부염 학회 회장, 피부과학연구재단 이사장을 지낸 서 교수는 듀피젠트를 비롯한 혁신 신약 글로벌 임상에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一 지난해까지 피부과학연구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매우 바쁜 대외활동을 했다. 대외활동이 뜸해진 요즘엔 어떤 것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나.

"이제 정년이 2년 남았다. 그동안 했던 활동을 정리하고, 전문 분야인 아토피 피부염 관련 책자를 집필하려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일반 대중이 아닌 피부과 전공의들에게 도움될 책을 쓰려고 한다. 이제는 책을 쓸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一 포털에서 '아토피'를 검색하면 교수님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대표적인 면역계 피부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은 왜 생기는 건가.

"아토피 피부염은 면역 체계가 무너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一 면역계 피부질환은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

"음. 아토피 피부염은 면역 질환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과잉 면역을 일으키는 환경적 요인에 자주 노출되면 인체에는 이른바 '면역 관용'이라는 게 생긴다. 예를 들어서 어렸을 때 회초리를 많이 맞으면 맷집이 생기지 않나. 그렇게 면역에 맷집이 생기면 '완치가 된다'고 표현한다."

一 그렇다면 최근 나온 신약 치료제로 아토피는 완치가 된다고 이해해도 되나.

"우리 몸의 면역에 자연스럽게 맷집이 생기는 것과 약으로 면역을 조절하는 것은 다른 차원 아닌가. 어떤 약을 쓰든 근본적으로 면역 반응에 뿌리를 뽑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약품을 쓰면 약을 쓰는 기간 동안 아토피 피부염으로부터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지만, 약을 끊으면 일정 기간 안에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사노피젠자임 아토피피부염치료제 '듀피젠트'(왼쪽), 노바티스 만성두드러기치료제 '졸레어'.

一 듀피젠트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듀피젠트 글로벌 임상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안다.

"듀피젠트는 생물학제제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아토피 치료제다. 우리 몸에서 비정상적 면역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이 약이 나오기 전에 아토피 치료에는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밖에 없었다. 그런 약은 무한정 쓸 수 없어서 한계가 있었다. "

一 획기적인 치료방법이라니 어떤 뜻인가.

"과학적으로 아토피를 일으키는 비정상적 면역반응이 어떤 경로로 일어나는 지는 이미 다 밝혀져 있었다. 그 길목을 차단하는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두피젠트가 그 길목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었다. 이 약이 나오기 전에 해외 의학 저널을 통해 신약 물질을 접했고, 이 물질을 약으로 만들면 효과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一 의학 저널을 보고 글로벌 임상시험을 참여한 건가. 임상 과정은 어땠나.

"임상 결과 정말 내 예상대로 치료 효과가 좋고, 장기적으로 치료하더라도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처방한 환자들의 80%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니 이건 좋은 약이 맞다. 듀피젠트는 사노피가 개발한 첫 피부과 치료제로 안다. 사노피도 이 제품을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안다."

一 올해 초에 중증 성인 환자들에 건강보험 적용까지 됐다.

"급여를 적용시킨 과정도 험난했다. 중증 환자들이 산정 특례를 받을 수 있게, 국회 공청회도 했다. 총 4년이 걸린 것으로 안다. 중증 환자가 아닌 환자들도 건보 적용 없이 자기 돈을 들여 처방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한 달 약값으로만 100만원 넘게 든다."

一 올해 국내에서 사용을 시작한 JAK억제제는 듀피젠트와 비교해서 어떤가.

"현재 JAK억제제 3가지 모두 글로벌 임상을 하고 있다. 임상은 덜 끝났지만, 식약처에서 허락을 해서 의사 처방 품목으로 올라온 것으로 안다. 효과는 듀피젠트에 버금갈 정도로 좋다. 먹는 알약 형태라서 사용이 편하고,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게 장점이다. 단점은 듀피젠트와 비교해 부작용 사례가 가끔 보고된다."

一 어떤 부작용인가.

"주사제와 달리 먹는 약은 부작용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한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몸에 면역반응을 억제하다 보니 잠복한 결핵이 튀어나올 수 있고, 대상 포진이 생기기도 한다. 간기능 손상에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드름이 악화된다는 환자도 있었다."

一 먹는 약들은 내성이 생기지는 않나.

"장기 경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런 확률은 낮아 보인다. 내성이 생긴다는 건 약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인데, 생물학 치료제에서는 약제 효과가 떨어질 확률이 낮다. 약물의 조성 자체가 다르다."

一 그렇다면 이런 신약들은 모든 아토피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봐도 되나.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 작용 기전으로 보면 듀피젠트를 사용하는 환자는 100%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효과가 지지부진한 환자도 있다. 증상을 1에서 10으로 두면 10까지 다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8정도까지만 좋아지고 2는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아토피는 발생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라 치료가 힘들다."

一 아토피 원인을 파악하는 검사는 어떤 것이 있나.

"알레르기 검사부터 한다. 환경적 요인이 문제인지 유전적인 요인인지 구분하고, 환자의 상태가 중등도인지 경증인지 검사한다. 요즘엔 듀피젠트가 효과가 있을 지 예측할 수 있는 피 검사(바이오마커)도 한다."

一 최신의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국내 제약사들이 아토피 증상을 개선하도록 개발하는 치료제들도 국내 임상 중인 것으로 안다.

"H4R 길항제(H4R antagonists)를 활용한 신약 연구가 대표적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결국 면역의 불균형 때문에 오는 병이다. 우리 몸 면역에는 제1반응과 제2반응이라는 게 있다. 이 반응은 시소처럼 서로 항상성을 이뤄야 한다. 주로 2반응이 1반응보다 커지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사이토카인)들이 분비되는데, H4R 길항제(H4R antagonists)는 2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물질 H4R가 나오지 않게 해서 2반응을 줄이는 전략의 치료제다. 기울어진 시소를 들어주는 개념이다. 주로 일본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중앙대 서성준 피부과 교수가 지난 21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一 듀피젠트나 JAK억제제와 비교해 아토피 피부염의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물질로 이해하면 되나

"그건 맞는데, 나는 JAK억제제와 듀피젠트가 이보다 낫다고 본다. 최근 일본 연구를 보면 H4R길항제들은 여러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물질 말고도 다른 여러 연구가 있다. 아토피는 가려움증이 문제인데, 가려움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인터루킨31번'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치료제, '인터루킨5번'을 차단하는 치료제도 있다."

一 아토피는 완치가 안되는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치료제 종류가 정말 많다.

"지금 당장은 쓸 수 있는 약이 많지 않지만,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아토피 치료제도 다양화될 것이다. 앞으로는 환자 맞춤형 치료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줄기세포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一 줄기세포로 아토피 치료제를 만든다는 건가.

"환자 복부에서 (사이토카인을 쌓아두는) 지방세포를 분리한 후 배양하고, 그 지방 세포가 자라면 줄기세포를 분리해내고, 이것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아까 설명했던 제1 반응 제2반응이 시소를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임상을 하고 있다. 효과는 있다. 문제는 아토피 피부염에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 줄기세포가 어느 쪽으로 어떻게 분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장기 추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 없이 괜찮다."

JAK억제제 기전

一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도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그런 환자 많다. 탱자 끓인 물에 목욕을 하고 국화 꽃잎을 절구통으로 빻아서 몸에 바르는 사람도 있다. 숯을 달인 목초액으로 몸을 씻는 사람도 있다. 몸에 독소를 빼준다고 찜질방과 사우나를 다니는 환자도 봤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증상 악화를 독소가 빠지는 '명현반응'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설명을 하는 사람도 봤다."

一 아토피는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음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아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음식이 원인일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청소년 이후 성인 아토피 환자는 음식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부분 대기오염,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애완 동물 환경적 요인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유아 환자가 음식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성인 보다는 유아 환자가 음식 원인일 확률은 높지만, 그래도 음식이 원인일 확률은 높지 않다."

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 아토피 환자가 많은가.

"그것도 아니다. 물론 환경 오염이 적은 나라가 아무래도 적게 발생하지만 환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 유학생이 한국에 돌아와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받으러 서울에 오는 사람도 있다. 공기가 좋아도 걸리는 사람은 걸린다."

一 피부 질환은 암(癌) 등과 비교해서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아토피 등 피부질환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은 맞다. 하지만 중증의 만성 피부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본인도 괴롭지만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럽다. 삶이 황폐화되니, 자살 충동도 많이 겪는다. 칩거하는 사람도 있고, (안면을 심하게 긁어서 상처가 나서) 시력을 잃는 환자도 있다. 그러니 이런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효과가 입증된 양질의 치료제에 대해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늘 주장한다."

一 피부 질환 분야에서는 글로벌 임상에 자주 참여한 것으로 안다. 후배 의사들에게 추천하시나.

"당연하다. 해외의 좋은 문물을 습득해서 변화하는 국내 의료 현장에 도입하는 일 아닌가."

一 일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피부과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을 앞서나.

"미용이나 응용 분야는 우리가 낫다. 피부 질환 치료는 응용의 영역이니 우리가 앞서지만, 신약 연구 개발 등 기초 분야는 일본이 앞선다. 사실 모든 분야에서 기초 과학은 우리가 일본에 여전히 뒤진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31명이나 배출했다. (정확히는 일본 국적 수상자 25명, 일본 출신 외국 국적자가 6명이다.) 이 중에서 생리의학상 수상자만 5명이다. (생리의학상 수상자 5명은 모두 일본 국적자다)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이 유일하지 않나. 그게 무엇을 대변하겠나. 그만큼 우리의 기초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과 축구 경기에서 지면 자존심 상해 하면서, 노벨상 수상 소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하면서…"

정년을 앞둔 서 교수는 요즘에도 하루 40명여씩 외래 진료를 본다고 했다. 대학 병원은 경증 환자보다 성인 청소년 중등도 중환자가 많으니 업무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다. 서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기초과학 역량을 비교하면서도 "한국 의료에서 신약만 빼면 대부분의 분야가 탑 클래스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해 글로벌 제약사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한국에도 신약이 많이 나오려면 우수한 의대생들이 기초 의학 분야에 갈 수 있게 길을 터주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기초 의학 분야가 활성화되고, 신약이 잘돼요. 물론 '10년 이상 장기적'이라는 게 한국 정서상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해야 할 때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