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등에 투입하는 예산 5457억원 가운데 1920억원을 국산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쓰기로 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1000만회분을 선(先)구매하기로 했다. 또 국산 치료제·백신 연구개발(R&D) 및 임상시험 지원에 3210억원을 쓰기로 했다.
◇5457억원 중 1920억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산 백신 선구매에 사용
정부는 23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제12차 회의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내년 총 5457억원의 예산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등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같은 항목으로 올해 본예산에 배정된 2627억원과 비교해 2830억원(107.7%)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인 3210억원(58.8%)이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과 임상시험 지원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질병관리청에 배정된 예산 1920억원은 국산 백신 선구매에 쓰기로 했다. 질병청은 이 예산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1000만회분을 선구매하기로 했다.
정부는 임상 2상 중간결과 등을 토대로 안전성과 면역원성(단백질 또는 유전자를 원료로 하는 약이 체내에 유입됐을 때 나타나는 면역반응), 활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선구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백신은 지난 8월 3차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지난달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청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에 대한 효능 평가에 들어간 상태다.
치료제·백신 시험법 등을 개발·생산하는 시설·장비(인프라) 구축에도 1193억원을 지원한다. 신속진단, 지능형 기기 등 차세대 감염병 장비·기기를 개발하고 고도화·국산화하는 예산으로는 364억원을 투입한다. 감염병 관련 핵심기술 개발 등 기초연구 강화에도 690억원을 배정한다.
◇임상시험, 연구개발(R&D) 지원도 강화
정부는 국산 백신이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지원도 강화한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항체치료제 정식 품목허가 외에 16개 기업에서 17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개발된 항체치료제가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생활치료센터, 단기·외래치료센터, 요양시설에 공급을 확대했고, 변이주에 대한 효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후속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방안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먹는(경구용) 치료제는 환자의 증상이 나타난 후 5일 이내에 투약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임상 희망자들이 빠르게 참여할 수 있도록 확진자가 병상을 배정 받을 때 임상시험 참여 의향을 확인하도록 계획이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임상시험이 가능하도록 경희대병원, 보라매병원, 명지병원, 인천세종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 5곳을 ‘치료제 임상시험 수행 전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했다. 재택치료자도 연구진 방문이나 외래진료로 임상시험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려고 하면, 우선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도 강화한다. 현재 치료제·백신 R&D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총 연구개발비의 25∼50%를 자체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이로 인한 중견·중소기업의 임상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체 부담금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등 관계 부처 관계자와 치료제·백신 분야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임혜숙 장관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끝까지 지원하겠다”라며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감염병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