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간 한국코러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코러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과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대. 정부는 한국을 글로벌 백신 허브(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의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사(社)와 백신 생산 계약을 맺었다.

국내 중견 바이오기업인 한국코러스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으며 ‘K-글로벌 백신 허브’의 신호탄을 쐈다. 한국코러스는 올해 2월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 기술 이전을 받았고, 지난 10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 제품에 대한 최종 품질 승인까지 받아 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러시아 정부로부터 백신 해외 생산에 대해 공식 승인을 받은 것은 한국코러스가 처음이었다. 한국코러스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춘천공장)을 받은 데 이어 러시아 현지 공급에 필요한 제조소 등록 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코러스 황재간 회장은 “러시아 정부를 통하지 않고, 제3국과 백신 수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1월에는 UAE나 아르헨티나 등 중동, 남미 쪽에 백신 초도물량을 공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V와 라이트 백신은 러시아가 자체 개발하고 승인한 첫 번째, 네 번째 코로나19 백신이다. 인간 아데노바이러스를 전달체로 활용하는데, 스푸트니크 라이트는 1회만 접종해도 80~90%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보여 백신 소외국의 관심이 높다.

이런 가운데 스푸트니크 백신이 신종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 백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황재간 한국코러스 회장을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코러스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했다.

一 스푸트니크 백신이 오미크론에 효과가 있다는 미국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지 연구 진행 상황을 전달받고 있나.

“러시아 쪽에서 진행한 임상 자료는 모두 공유가 됐지만, 오미크론과 관련한 연구 결과는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해당 연구가 러시아 정부 자체 연구 결과가 아니다 보니 관련 내용이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一 러시아 정부에서 오미크론 감염을 막기 위한 새로운 버전의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데, 이와 관련한 소식은 없나.

“그 역시 아직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오미크론용 백신을 개발한다면, 인간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기반으로 개발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 쪽에 CMO를 맡길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mRNA 방식이 신기술로 주목받았지만,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도 최신 바이오 기술에 해당한다.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을 대량 생산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우리도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서 가능했다. 국내에서 이렇게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황재간 한국코러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코러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과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一 지난달 초 한국코러스에서 생산한 스푸트니크 백신이 최종 품질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안다. 언제 쯤 러시아로 수출되나.

“완제품(DP) 230만 도스를 러시아의 가말라야 연구소에 보내 품질 인증을 받은 건 11월 첫째주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정식 출고가 한 달째 늦어지고 있다. "

一 출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춘천공장을 러시아 제조소로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스푸트니크 백신은 러시아 국내 공급용이 아니라 수출용으로 쓰일 것이기 때문에 제조소 등록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에서 제조소 등록을 요청해 왔다. 러시아 정부가 우리가 생산한 라이트 백신을 자국 공급용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예상하고 있다.”

一 제조소 등록 절차가 까다로운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GMP 등록에 필요한 서류와 제조소 등록에 필요한 서류가 별반 다르지 않다. 라이선스가 하나 더 필요한 정도다. 제조소 등록 자체는 걱정하지 않는데, 시간이 문제다.”

一 ‘시간이 문제’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솔직히 지난달 첫째주 최종 품질 인증 공문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곧바로 정식 출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해당 백신 물량을 바로 출고할 수 있게 준비까지 해 뒀다. 그런데 여기에 연말 연휴까지 겹치면서 올스톱됐다. 러시아에서는 ‘걱정말라’고 하는데, 사업하는 사람은 자기가 나서서 일을 해결할 수 있을 때 신이 나고 재미가 있는데, 이렇게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니 좀 힘들다.”

一 러시아 정부는 한국과 시스템이 좀 다른가.

“스푸트니크 백신을 두고 러시아 6개 정부 부처가 얽혀 있다. 백신 개발은 한국의 국립보건연구원과 같은 ‘가말라야 연구소’가 했고, 상용화는 러시아국부펀드(RDIF)가 하고 있다. 기술이전이나 기술 검증은 바이오 인테그레티라고 하는 BI가 한다. GMP 허가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같은 보건부(MOH)가 맡고 있고, 수출입은 우리나라로 치면 산업자원부와 같은 무역부(Ministry of Trade)에서 한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뚫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러시아 정부도 의도적으로 출하를 지연시킨 건 아니라고 본다. 러시아 정부도 아마 이런 대형 사업은 처음인 것으로 보였다.”

一 대안은 없나.

“그래서 러시아 정부를 통하지 않고, 국내 생산한 백신을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고 있다. 자체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구매 의사를 타진했더니 몇몇 국가에서 ‘받겠다’는 응답이 왔다. 문제는 지금 당장 (한국코러스에) 백신 판매권한이 없다는 것인데, (러시아 정부의 검증 작업을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러시아 정부 측에 제조소 등록을 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도록 의사를 타진해 놓은 상태다.”

一 러시아 정부 쪽 반응은 어떤가.

“한국코러스가 자체 수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러시아 정부 측과 백신 저온 보관 및 운송에 필요한 컨테이너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측에서) 추가 수출 물량에 대비해서 컨테이너를 신규 제작해서 보내겠다는 답변도 들었다. 그래서 연내 수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一 곧 좋은 소식이 들린다고 기대해도 되나.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수출 물량을 밝히기는 어렵다. 하지만, 11월 첫째주 정식 품질 인증을 받은 후에 150만 도스에 대한 품질 인증을 받았고, 이번 주에도 150만 도스 품질 인증을 받았다.”

一 ‘백신을 받겠다’고 답한 국가가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나.

“(조만간) UAE, 아르헨티나, 동유럽 국가에 (백신 생산) 초도물량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비정부기구(NGO)단체에서도 백신에 대한 구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스푸트니크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나 운송 편의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중남미나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 백신 소외국에서 관심이 높다.”

황재간 한국코러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코러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과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一 한국코러스의 해외 네트워크가 꽤 탄탄해 보인다.

“한국코러스의 모회사인 지엘라파는 의약품 수출로 성장한 기업이다. 거래하는 국가만 40여개국이 넘는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판매 허가만 떨어지면 직접 수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一 이번 수출 물량에는 컨소시엄에서 생산한 스푸트니크 V백신도 포함되나.

“지금 그 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다. 러시아 정부에서 한국코러스는 물론이고,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도 GMP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면서 좀 혼란스러운 상태다.”

한국코러스는 러시아 정부와 스푸트니크 백신 CMO 계약을 맺을 때 국내 바이오 중소기업 5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따냈다. 이수앱지스와 제테마는 원료의약품 생산(DS)을 맡고,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보령바이오파마는 완제의약품 생산(DP)을 맡고, 6억5000만 도스의 스푸트니크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다.

一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은 GMP 인증을 받을 때까지 백신을 생산해도 수출할 수 없단 건가.

“백신 포장 작업(DP)을 하는 업체들은 큰 문제가 없다. 러시아 측에 내년 1월까지 PV(밸리데이션)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을 해 놨다. 이후에 GMP를 받게 된다. DP는 단순 작업이기 때문에 GMP 과정도 까다롭지 않다. 우리 공장이 이미 GMP를 받았기 때문에 그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우리가 이달안에 원액을 공급하고, 이들 업체가 1월 중 PV 인증을 받으면, 내년 2월 생산한 완제품부터는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DS업체다. 지난달 말에 RDIF 측에서 새로운 요청을 했다. 2회 접종해야 하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은 1차분과 2차분 성분이 조금 다르다. 러시아 측에서 스푸트니크 라이트와 V 1차분은 한국코러스가 생산하고, V 2차분은 컨소시엄에서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해 왔다. 이들 2차분에 대해선 기술이전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 이르면 내년 1월, 러시아 기술진이 이수앱지스와 제테마에 기술이전을 위한 방한을 하게 된가.”

一 백신 기술이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시간이 너무 많이 지연되는 것 아닌가.

“GMP 인증을 받으려면 기술이전을 받은 기록이 있어야 한다. 제테마와 이수앱지스도 컨소시엄을 통해서 생산과 수출을 하게 되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자체 역량으로 러시아로부터 직접 기술이전을 받고, 계약을 하는 것이 이익률도 더 높다. 제테마와 이수앱지스 쪽에도 이런 내용을 전달했고, 러시아 정부와 각각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一 컨소시엄이 해체되는 건가.

“해체는 아니다. 컨소시엄은 계속 유지하면서, 각 기업들이 서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기술력 있는 바이오 상장사다. 앞으로도 우호적 협력관계는 계속 유지해 나간다. "

一 컨소시엄을 구성한 원래 이유는 뭐였나.

“스푸트니크 백신을 6억5000만 도스까지 생산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받지 않으면 그 물량을 인도 기업이 받아갈 상황이었다. 그래서 국내에서 교류하던 바이오 기업과 의기투합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한국의 바이오 기업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목적도 컸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스푸트니크 백신이 언론에 오르내리면, 한국에 기술력 있는 중소 바이오 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一 기대만큼 효과가 있었나.

“그렇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과 비교하면 한국코러스는 이름이 없는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코러스’라고 하면 스푸트니크 백신을 만드는 회사라고 알아본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한국코러스 장기 성장 동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一 백신 생산 외에 추가 사업 계획이 있나.

“해외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통해 현지 공장을 짓고 의약품을 수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바이오 기술이 있고, 현지 회사는 현지 인허가와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한국에서 바이오 의약품을 만들어 식약처에 승인을 받아도, 해당 국가에 수출을 하려면 그 국가에서 재임상을 해야 한다. 현지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하게 되면, 인허가도 수월하고 자금 조달도 상대적으로 쉽다. 한국도 1980~90년대에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느슨하게 해 주지 않았나. 그런 경험을 살리는 것이다.”

一 중동 쪽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안다.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 오일머니 시대를 대비해 IT(정보통신기술)와 BT(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 중동 각국 정부는 현재 무상의료를 지원한다. 그런데 그 금액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 기술 개발은 돈 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서양의 바이오 기업은 기술이전을 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우리가 기회를 파고 들었다. 현지 조인트벤처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해 수익을 내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황재간 한국코러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코러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一 부산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해 대웅바이오 등을 거쳐 2007년 지엘라파를 설립하고 그해 한국코러스를 인수해서 현재까지 왔다. 제약 대기업을 퇴사하고 벤처를 창업한 계기가 있었나.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웃음) 멋있어 보이려고 창업을 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은 벤처붐이 한창이었다. 유전공학의 가능성을 보고, 호주 시드니대학으로 유학까지 갔다. 공부는 흥미가 없어서 돌아왔지만,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봤다. 그래서 줄기세포 1호 벤처를 만들었다. 장래성도 있어 보였다. 대기업에 소속돼 일하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一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일구기까지 고생도 많았을 것 같다.

“그 당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 역시도 손짓발짓 수준이었다. 첫 벤처는 큰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에 우연찮게 의약품 수출에 발을 들이게 됐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수출에 관심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가방을 싸들고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국내 의약품을 알렸다. 그 당시 국내 의약품 수출은 비즈니스, 마케팅이 아니라 ‘동네 장사’ 수준이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으면 물건은 팔 수 있다. 한국 의약품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이 좋았다. ”

一 맨땅에서 물건을 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하하. 나는 그런 것들이 적성에 맞았다. 그 때 영문 서류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의약품 수출을 해 본 사람이 없으니, 내가 직접 등록 서류를 작성해 내야 했다. 대웅에 재직 당시 독일 제약사로부터 품목 도입(라이센스 인) 절차를 담당한 것이 큰 밑천이 됐다. 독일 제약사에서 파견을 온 외국인 등록 전문가 통역을 했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의약품 등록 서류 서식을 하나하나 배웠다.”

一 글로벌 백신 허브를 추진하는 정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K바이오는 혼자만 잘났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나라의 바이오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한국도 바이오 인프라를 좀 더 육성해야 한다. 이번에 스푸트니크 백신을 생산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은 백신 기초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 없다. 바이러스와 미생물 배양할 때 배지가 필요하고, 정제하려면 레진도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는 씨가 말랐다. 전부 해외에서 수입해 쓴다. 웬만한 상황에서 조달이 쉽지만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는 백신 만드는 원부자재 구하는 일도 사실 너무 힘들었다.”

一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국제 정세도 아마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스푸트니크 백신도 미국산 원부자재를 썼는데, 막상 상업화가 되니까 미국 (원부자재 생산) 기업들이 공급을 끊어버리더라. 미국 정부가 백신 원부자재를 전략물자 취급을 하면서 상황이 곤란해졌다는 뜻이다. 항체 배양에 필요한 ‘비닐 백’도 없고, ‘필터’도 없었다. 우리 정부도 손을 놨다. 국산 제품을 육성했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없었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곳도 배지나 필터를 수입해 쓰는데, 만약에 공급이 중단되면 생산은 올스톱된다. 바이오가 반도체보다 이런 원부자재 부문에서 취약하다. 핵심으로 가져갈 기본 품목들은 정부가 관리해줘야 한다.”

황재간 한국코러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코러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과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一 정부의 K바이오 육성책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

“한국이 백신 허브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보겠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시장을 먹겠다’라고 생각하면 10달러짜리 백신도 0.2달러에 입찰해 버린다. 우리 같은 중소 바이오 기업이 시장의 작은 파이를 먹는 것은 허용할 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주력으로 생각하는 시장에서는 인정사정없다. 자본력으로 눌러버린다. 물론 예외는 있다. CMO는 가능하다. 한국 제약사들이 언제 백신을 개발해서 유럽 미국에 진출할 수 있겠나. 개발이 아니라 CMO부터 해 나가야 한다. 나는 거기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一 한국코러스는 직원 수를 지난해 말 187명에서 올해 3분기 239명으로 30%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도 계획한다고 들었다.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이다. 최고회계책임자(CFO)가 적절한 시기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IPO에 대비해서 좋은 인재들을 많이 모셔왔다. 훌륭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하모니를 이뤄내게 하는 것도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