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방역대책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 없이 인원 제한만 적용되는 현재 방역대책으로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짧은 기간 4단계 거리두기 이상으로 수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엄 교수는 "정부가 큰 틀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라는 방향성을 정했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긴급멈춤'에 들어간다면 어느 시점에 다시 일상회복으로 전환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최소한 지난 10월처럼 확진자 수는 2000명대, 병상 가동률은 60~70%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강력한 영업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유사한 견해를 보였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2~3주 만에 1000~2000명대까지 감소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라며 "유행 상황을 짧은 기간 내에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 의지가 있다면, 거리두기로 인해 피해를 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선제적 보상을 전제로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수준의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락다운(봉쇄) 수준의 거리두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방역 위기를 넘어 이미 '방역 붕괴' 수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드 코로나에서 후퇴는 없다"고 발언한 지 2주 만이다.

지난 11월 23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850명으로 8000명에 임박했다. 종전 최고치인 7174명(8일)을 일주일 만에 다시 넘어선 수치다. 입원 중인 중환자 수는 전날보다 58명 늘어난 964명으로 네 자릿수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하루 7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수도권이 86.3%, 전국이 81.3%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 병상을 기다리고 있는 입원 대기자는 728명,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자는 417명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확진자 증가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11월 1주차(1~8일)부터 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2176명→2218명→2852명→3638명→4592명→6320명을 기록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전체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비수도권까지 확산세가 퍼지고 있다. 부산은 위드 코로나 이전 일일 확진자 최고치는 4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8월 13일 기록인 180명이었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328명(12월 12일)까지 치솟았다.

대전은 지난 2일 16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대전에서 하루에 세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초였다. 충남은 지난달 24일 291명을 기록한 뒤, 지난 1일부터 2주 내내 세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강원, 경북, 경남 등도 12월 들어 매일 1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 중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감염병 지표가 최악을 달리면서 방역 당국은 결국 위드 코로나 후퇴를 공식화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좀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며 "추가적인 사적모임 규모 축소와 영업시간 제한까지도 포함하는 대책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새로운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이르면 오는 17일 발표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거리두기 조치 이전에 정부가 감염병 장기화 시나리오에 기반해 체계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거리두기는 자동차 브레이크와 같기 때문에 계속 밟고 있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11월 이후를 제외하면 올해 내내 강력한 거리두기가 유지됐는데,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는 시간을 버는 용도에 불과한데 그것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대하는 것도 문제다"라며 "4차 대유행이 있었던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 시나리오에 기반해 체계적인 방역 기틀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