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의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분주한 모습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적모임 인원제한 시행에도 각종 방역지표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부는 현재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지금이 바로 비상상황이라며 인원제한을 비롯해 모든 방역 수칙을 지난 7월 시행된 거리두기 4단계보다 강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확산세 반전 어렵다 판단되면 방역대책 강화한다"

13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위중증 환자는 900여명 정도로 증가해 의료 역량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며 "지난주 확진자 수는 그 전주에 비해 38% 증가하는 등 앞으로의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현재의 감염확산세가 지속할 경우 기존 대응여력으로 감당이 안 되는 비상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런 위기상황의 반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방역대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백브리핑에서 "특단의 대책이나 긴급 멈춤 조치는 사회적 조치를 강화하는 것인데, 상황이 악화되면 이렇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주 상황을 보면서 유행이 악화되고 의료 체계 여력이 감소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추가접종 속도와 (지난 6일부터 시행된) 특별방역조치 등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이번 주 내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지)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짐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수도권 최대 6인, 비수도권 8인까지 제한한 상태다. 또 백신 미접종자 등이 식당·카페를 포함한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을 이용할 수 없도록 확대적용된 방역패스의 계도기간을 가졌다. 방역패스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 방역 조치 1주일, 확산세는 '폭등'

그럼에도 지난 한 주간 코로나19 확산세는 역으로 더욱 거세지며 반전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못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8일 7174명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뒤, 9일 7102명, 10일 7022명, 11일 6977명, 12일 6689명으로 주말까지 매일 7000명 안팎으로 발생했다. 지난 10일 하루 동안 80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 또한 역대 최다치다.

이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내놓은 확진자 예상 증가세를 일주일 앞서나간 수치다. 지난 8일 발표된 '코로나19 확산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재생산지수가 1.28로 유지될 경우 오는 15일 신규 확진자 예상치는 6846명이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주는 평일에 이어 주말까지 매일 6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러면 이번 주 수요일쯤 분명 하루에 9000~1만명씩 확진자가 쏟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12월 31일 신규 확진자 수를 1만2158명으로 예상했는데, 이 시점마저 충분히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817명으로 전날(6689명)보다 872명 감소했다. 그러나 일주일 전인 지난 6일(4324명)보다 1493명 증가하며 확산세가 큰 폭으로 불어났음을 나타냈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는 876명으로 엿새째 800명대를 유지했다. 이날 하루 코로나19로 40명이 사망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6.7%다. 인천이 92.4%(79개 중 73개)로 수도권 지역 중 가장 가동률이 높았고, 서울과 경기는 각각 90.5%, 81.8%로 나타났다. 대전과 강원, 경북은 코로나19 중환자가 들어갈 병상이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다.

이날 0시 기준 수도권에서 병상 배정을 하루 이상 기다리는 대기자 수는 1533명이다. 이들 중 70세 이상 고령 환자는 514명,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자는 1019명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언제든 증상이 심각해질 수 있는 고위험군이다"라고 말했다.

◇ "지금이 바로 비상상황… 이동·접촉 줄여야"

전문가들은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비상상황 그 자체라며 '긴급멈춤'을 통해서라도 국민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동량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고 입을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병상이 부족해 수도권 병상 대기자만 1500명을 넘은 마당에 응급 이송 지연까지 빗발치는 지금이 바로 의료 붕괴이자 비상상황이다"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약한 수준의 방역 조치만 반복하며 국민에게 최소한의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마저 실패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거리두기 4단계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책을 전면 실시해 심리적 경각심을 크게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지난주 시작된 사적모임 제한 조치는 회식 등 대규모 모임만 막았지 2~4명 단위 단체 모임은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라며 "감염병 전염의 기본 조건은 '이동'이 아닌 '접촉'인데, 접촉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거리두기를 통해 이동을 훨씬 더 큰 폭으로 줄이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