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열리는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9일 오전 부인 이순자 씨(맨 앞)와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23일 별세한 전두환(90)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다발성 골수종'을 앓아왔다. 공식 사망 원인은 발표되기 전이지만, 그가 앓던 숙환이 사인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전 대통령은 작년까지만 해도 골프를 치는 등 건강한 모습으로 목격됐지만,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지난 8월 이후에는 눈에 띄게 야위어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나 건강이상설이 제기됐었다.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 내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종양세포(다발성골수종)으로 변하면서 증식해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백혈병, 림프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이른바 '뼈를 녹이는 병'으로 알려졌다.

항체를 만들어야 할 세포가 종양세포로 변하니 골수에서 적혈구나 정상 백혈구가 줄어든다. 백혈구가 줄어들면 몸이 항체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해서 감염에 취약해지고, 적혈구 수가 줄어들어 산소 공급도 떨어지진다. 혈소판이 줄어들어 상처가 났을 때 지혈도 힘들어진다.

가장 흔한 증상은 빈혈, 그 다음으로는 골절과 뼈가 녹아 내리는 뼈 손상, 칼슘이 혈류로 유입되는 고칼슘혈증 등이 있다. 특히 고칼슘혈증으로 식욕이 줄고, 오심, 구토, 갈증,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다.

지난 8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 재판부가 전 전 대통령에게 '호흡이 곤란하냐'고 물었고, 이순자 여사가 "식사를 못 해서 가슴이 답답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몸무게가 상당히 빠진 모습이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높다.  진단은 혈액과 소변검사, 골수검사, X-ray, MRI (뼈 촬영검사)로 가능하다.발병 원인은 화학물질 노출 (농약, 살충제, 석유 등), 유전적 요소 등이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뚜렷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평균 진단 연령은 60대 중반으로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되며, 사망률도 높다. 말기인 3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30%. 3기 판정을 받은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뜻이다.

치료는 항암치료, 조혈모세포이식이 주가 된다. 70세 이하에 체력이 있으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고려하지만, 이 치료가 힘든 경우에는 여러 가지 항암제를 병합해 치료하게 된다. 전 전 대통령은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알약 형태의 항암제를 집에서 복용하는 수준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성원 과장은 "다발성 골수증도 치료를 잘 하면 장기간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며 "뼈가 녹아내리는 골융해를 억제하는 약으로 골절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척추 압박골절은 있으면 척추성형술, 또는 방사선 치료로 종양을 줄여 압박골절이나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약, 건강보조식품은 치료 중인 약제와 상호작용이나 신체 부작용 등을 유발시킬 수 있어서 금해야 한다. 운동은 골병변으로 뼈가 약해진 상태이므로 역기, 골프 등 뼈에 자극을 주는 운동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이며 감염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 및 위생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이날 오전 8시 55분쯤 전 전 대통령이 자택 화장실 내에서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그의 신변을 확인하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했다.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한 지 한 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