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청소년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2~15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지만, 접종 대상자 10명 중 3명만 백신을 맞겠다고 사전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으로 언급되는 심근염과 심낭염에 대한 우려로 접종 예약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하고 적극적인 실태 조사와 함께 해명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서 정부가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12~15세 연령의 백신 접종 예약률은 27.2%(50만8000명)로 나타났다. 12~15세 백신 접종 예약률은 지난달 24일 21.4%에서 하루에 1~2%포인트씩 올랐으나, 지난달 28일 이후에는 그마저도 끊겼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 예약률이 저조한 것은 화이자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은희 질병관리청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이날 비대면 기자설명회에서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예약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mRNA(메신저리보핵산)백신을 접종한 이후 심근염이나 심낭염이 발생하는 등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반장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맞지만, 백신 접종과 심근염, 심낭염 사이에 통계학적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미국 질병청(CDC)에서 지난달 26일 청소년 리뷰를 했을 때, 심근염으로 보고된 1640명 가운데 877명이 (심근염으로) 인정됐고, 829명이 입원 치료를 했으며 789명은 퇴원했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제공

그는 "사망자가 3명 있었으나, 이것도 백신이 원인이 아니라 다른 감염성 질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백신안전성위원회도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mRNA 백신의 부작용이 심근염, 심낭염과 통계학적 연관성을 가지려면 추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백신 부작용 관련 글은 58개로 나타났으며, 이달 들어서도 관련 청원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게시판에서는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이 백신 부작용에 취약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국내 피해가 심했던 것처럼, 한국인이 백신 부작용에 더 민감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한국인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작용 발생이 더 많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혈전과 심근염 발생 통계를 봐도, 한국 통계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호흡기내과 교수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체구가 차이가 있지만, 투여되는 백신 용량은 똑같다"며 "체구가 작은 사람은 백신에 대해 이상반응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부작용과 이상반응은 다르다"고 했다.

정기석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연구에서도 특정 백신이 인종에 따라서 (예방효능이나, 부작용에) 차이를 보인 적이 없다"며 "인종 집단에 따라 특정 바이러스가 더 크게 감염되는 일도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감염 확산은) 사회 환경, 의료 시스템, 바이러스 노출 반복 정도 등이 중요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천은미 교수는 "예를 들어 뇌출혈은 화이자 접종자 1000만명 중 60명꼴로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정부가 백신 부작용과 특정 질환의 연관성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국민의 백신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반장은 "심근염 자체는 빠른 조치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라며 "국내 청소년 접종으로 심근염, 심낭염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정리 발표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