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단계적 일상화 결정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과 이용객 제한이 완화된 지난 1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주점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첫발을 내딛자마자,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폭증세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667명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된 지난해 1월 이후 역대 4번째 규모로 하루 확진자 숫자는 지난 9월 25일(3270명) 정점을 찍은 후 10월 들어 1000명 내외로 하락 안정세를 보여왔다.

특히 이날 확진자 숫자는 전날(1589명)와 비교하면 1000명 이상 늘어났다. 평일 확진자 숫자가 주말과 비교하면 늘어나긴 하지만, 하루 만에 이 정도로 숫자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하루 확진자 숫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9월 25일에도 전날 신규 확진자 숫자와 비교하면 841명 늘어났다.

◇ “백신 접종 효과 떨어지는데 방역 너무 풀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나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각종 모임이나 약속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 유행규모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한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돌파감염은 위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낮다”며 “돌파감염도 관리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까지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손 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앞으로) 중요한 건 중증환자의 발생 비율과 입원 수요, 중증환자 치료 수요 등을 의료체계가 충분히 감당 가능하냐는 것”이라며 “현재는 안정적인 상황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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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위중증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0시 위중증 환자는 전날 347명보다 31명 많은 378명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하루 새 18명이 늘었다. 병원·요양원에서의 집단감염 발생이 계속 발생하면서 확진자 중에서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60대 이상 확진자는 지난달 25일 274명에서 지난달 30일 60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10월 4주(10월 24~30일) 60대 이상 확진자 비중은 24%에 달한다. 확진자 4명 가운데 1명이 60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 위중증 환자 333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74.2%(247명)를 차지한다. 다만 병상수는 아직 여유가 있다. 위중증 환자가 입원하는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46.1%, 중등증 환자를 치료하는 감염병전담병원 가동률은 53.5%로 나타났다.

◇ “2~3주 뒤 일일 확진자 5000명 기록할 수도”

전문가들은 이런 확진자 폭증은 예견됐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그동안 수요일 확진자가 원래 전날보다 15~20% 정도 많게 나왔는데,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기 2주 전부터 방역을 푼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런 추세면 2~3주 내로 50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주 안에 하루 확진자 숫자가 3000명까지 올라가고, 이달 말에는 5000명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방역 수칙으로 신규 확진을 잘 막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풀어 버렸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백신의 (예방 효과가) 다 끝나가는 상황이다”라며 “최소 50세 이상은 접종 완료 4개월 후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연구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접종 2개월 후부터 항체가 감소하기 시작해 5개월이 지나면 20% 수준까지 떨어진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5개월 이후 47%로 떨어졌다. 중증 예방 효과도 5개월이 지나면 77%로 줄었다.

이 계산대로라면 올해 5월 이전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항체가 줄어서 돌파감염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감염된 후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정 교수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겨울이 되면 유럽 전역에서 방역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항체치료제 센터 등 고령자 기저질환자 비상대책 마련해야”

정 교수는 “정부도 단순히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넘길 것이 아니라 방역의 고삐를 죄었다 풀었다 조절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부의 능력이다”라고 했다. 백신 접종률 70% 달성 이후 방역을 완화했던 네덜란드는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방역을 다시 조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돌파감염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 대한 비상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면 위중증, 사망자가 시차를 두고 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며 “돌파감염자의 위중증 환자 비율이 낮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천 교수는 “(먹는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주사센터라도 만들어 항체치료제를 투여하고 재택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다”라며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에 옮길 생각을 할 게 아니라 항체치료제를 투여해 상태가 나빠지지 않게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 “65세 이상, 특히 흡연자와 고혈압·고지혈증 환자는 항체도 적게 형성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화항체가 확 떨어진다”며 “(항체가가 떨어진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 부스터샷을 서둘러 접종하면서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천 교수는 지난달부터 유행하는 파라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천 교수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폐렴으로 확대되고, 컹컹거리는 기침은 가을철에 자주 나온다”며 “앞으로 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 백신을 맞지 않은 소아청소년 쪽에서 (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국내에선 부스터샷의 경우 얀센 접종자와 면역저하자를 제외하고 접종 완료 후 6개월 지나야 대상자가 된다. 요양병원, 시설의 고령층을 제외한 60~74세는 5~6월 아스트라제네카로 1차 접종을 하고, 2차 접종은 8~9월에 맞았다. 정부 지침대로면 내년 2~3월 부스터샷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