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된 모더나 백신이 28일 오전 출하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생산하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첫 도입되는 28일 오전 9시. "자, 출발합니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112만회 분의 백신을 실은 트럭 두대가 출발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를 주도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된 트럭이 군⋅경 차량의 엄호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준비된 폭죽이 한꺼번에 터졌다.

이날 오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본사 3공장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 출하 기념식이 열렸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용된 모더나 백신은 유럽과 미국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었다. 현지에서 생산해 인천공항까지 들어오기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백신 생산에 성공한 데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 쓰이는 모더나 백신은 생산에서 보급까지 단 사흘이면 가능해졌다. 인천 송도에서 모더나 국내 유통회사인 GC녹십장 오창공장까지 3시간 오창공장에서 각 지역 예방접종센터로 출하되기까지 이틀이 걸린다.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출하되고 있다. /연합뉴스

◇ 속태우던 모더나백신, 이젠 송도-오창 거쳐 직송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입된 최신 기술인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최신 기술 백신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올해 10년 된 삼성바이오가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고, 단 5개월 만에 국내에 공급하게 된 것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아세안(ASEAN)+3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바이오기술과 생산역량으로 전세계적 백신 생산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며 "(모더나 백신 생산으로 바이오 기술력을 입증한) 삼성바이오가 그런(백신 생산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권 장관은 "삼성바이오가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며 "정부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백신 허브 도약할 수 있도록 범 정부적 지원책 마련하겠다"라고도 했다. 그러자 존림 삼성바이오 사장은 "5개월이라는 유례없는 짧은 기간 내에 완제품 생산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과 정부 지원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이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열린 국내생산 모더나 백신 출하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림 대표는 "(삼성바이오는) 앞으로 백신 완제 뿐 아니라, 원재 의약품 생산라인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치료제와 백신에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존림 사장을 향해 "삼성바이오가 코로나19 치료제에도 빠르게 뛰어 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다음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하려면 부스터샷으로 활용하는 백신과 함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필요한데, 백신 완제 생산에 성공한 삼성바이오가 기술이전을 통해 치료제 개발에도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다.

◇ 모더나 조기공급, 삼성이 주도적 역할

이번에 삼성바이오가 모더나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한 지 단 5개월만에 국내 공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물밑 지원과 삼성그룹의 전사적 역량,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청 등 정부 지원이 긴밀하게 이뤄진 덕분이라는 것이 정재계의 분석이다.

특히 연말로 예상됐던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이 두 달가량 앞당겨진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한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가석방 이후 가장 먼저 모더나 백신 생산 계획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부회장이 가석방됐던 8월은 모더나가 유럽 공장 생산 차질로 국내 공급이 막하면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밤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가 이 부회장 가석방 사유로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해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백신 특사'로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당장 8월 말 이 부회장과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등 경영진 간 화상회의가 개최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계약 체결 한 달 만인 6월 관련 인력 채용과 신규 생산장비 도입을 마쳤다. 7월에는 첫 백신 원액을 받아 시험에 들어갔고, 다음달인 8월 25일에는 첫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SDS 등 고위 임원들로 이뤄진 이른바 '백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는 주말은 물론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가동됐다고 한다. 삼성바이오가 생산설비를 구축하자,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팀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도록 설계를 개선했고, 삼성SDS는 해외물류팀으로 백신 해외 배송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김용신 삼성바이오 글로벌지원센터장은 이날 행사에서 "3분기 적기 생산을 위해 전사 차원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며 "대량 상업생산을 시작한 9월 중순부터, 삼성바이오 공장은 4조 교대근무 시스템으로 하루 24시간 365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식약처 추석연휴 GMP인증 실사…정부와 긴밀한 협력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으로 만드는 모더나 백신은 현지에서 생산 승인을 받는 문제는 물론이고 국내 인허가까지 문제가 산적했다. 당초 생산된 백신이 국내에서 GMP 허가를 받아 출하되려면 아무리 일러도 연말은 돼야 한다고 봤다. 이런 과정을 앞당기는 것에는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세청이 큰 일을 했다.

구글 래리 페이지 CEO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삼성 경영진을 만났다. 왼쪽부터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선다 피차이 구글 크롬OS 담당 수석부사장,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니케시 아로라 구글 수석부사장

식약처는 전담 TF를 만들어 규정 내에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때 백신 제조 적합성을 위한 GMP 인증 실사를 했고, 단 한 달만인 지난 26일 저녁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했다.

삼성바이오가 생산한 백신 샘플을 유럽 공장에 가서 '승인'을 받는 과정은 삼성SDS와 관세청이 힘을 합쳤다. 삼성SDS 해외물류팀은 물류난을 뚫고 백신 샘플을 아일랜드 유럽시험소까지 하루 만에 보냈다. 이런 신속성으로 유럽 공장 검사 일정을 4주에서 2주로 대폭 단축시켰다.

존림 사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삼성바이오는 프로세스 혁신과 계열사 지원 바탕으로 생산 소요 기간 단축에 최선을 다했고, 복지부와 질병청 식약처 관세청 등이 긴밀히 협업했다"고 했다.

한편 삼성은 모더나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바이오 부문을 미래의 핵심 전략 사업으로 격상시키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증가한 4507억원을, 영업이익은 196% 증가한 1674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