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는 꼭 포도껍질을 닮은 막이 있다. 혈관이 많이 연결돼 검붉은 빛을 띠는 이 조직은 모양 그대로 '포도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막은 눈에 중요한 홍채, 모양체, 맥락막 같은 기관을 둘러싸고 있다. 포도막염은 눈의 가장 바깥 막인 각막·공막에 있는 홍채, 수정체를 잡아주는 모양체, 안구 중간층에 해당하는 맥락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환자 수가 적어 희귀질환으로 알려진 '포도막염'은 방치하면 실명을 초래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은데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0일 한국포도막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포도막염 환자가 1만명당 17.3명 발생한다. 특히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황반변성, 녹내장 등 다른 안과질환과 달리 포도막염은 20~30대 연령층 발병률이 높다. 조기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김기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포도막염은 비슷한 증상의 다른 안과 질환과는 치료법이 달라 초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으로 진행되고 실명까지도 발생하게 된다"면서 "미국에서는 전체 실명 환자의 10%가 포도막염이 원인이라고 하는 연구결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포도막염은 염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주된 증상으로 충혈, 안구 통증, 시력 저하, 심한 눈부심 등을 들 수 있다. 또 시야에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비문증,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 색각 이상, 눈물 흘림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초기 증상은 결막염과도 비슷해 오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결막염은 눈의 이물감과 가려움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포도막염으로 추정되는 증상이 지속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포도막염의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병력 및 생활습관, 특이사항을 확인한다. 김 교수는 "주로 애완동물 접촉, 관절염, 피부질환, 궤양, 기침 여부까지도 진단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안구단층촬영(OCT)검사, 안저검사, 세극등검사, 형광안저촬영검사를 진행한다. 또 혈액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검사, 유전자검사를 필요에 따라 시행한다. 이러한 검사를 한 뒤에도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으면, 눈에서 체액을 흡인하거나 유리체절제술을 통해 검사하기도 한다.
포도막염은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 등 감염으로 인한 감염성 포도막염과 자가면역 질환, 종양 등으로 인한 비감염성 포도막염으로 나눌 수 있다. 비감염성 포도막염의 원인이 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는 베체트병,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전신혈관염 등이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포도막염은 만성질환이고 치료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보통 3~4년 이상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질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염증을 악화시키는 음주, 흡연까지도 조절해야 한다.
감염성 포도막염은 원인이 되는 균주를 검사를 통해 찾아내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비감염성 포도막염은 스테로이드 치료와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진행한다. 다른 합병증이나 기저질환이 동반된 포도막염은 안과 단독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이처럼 원인 질환이 있는 포도막염의 경우 포도막염과 원인 질환을 함께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스테로이드 치료시 당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류마티스 질환인 베체트병 환자의 경우도 기저질환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김 교수는 "1차적으로 사용하는 약제는 스테로이드제인데 염증을 빠르게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유발되므로, 염증이 심할 때 단기간 사용하고 중단해야 한다"면서 "스테로이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심할 경우 생물학적제제나 면역조절제를 추가 투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표적화해 차단하는 기전으로 재발이 잦고 자가면역 질환을 동반한 난치성 포도막염 환자에게 높은 치료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1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실명과 시각 장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넓히기 위한 기념일인 '세계 눈의 날(세계 시력의 날)'이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근시, 노안 등 시력장애를 겪고 있는 인구는 22억명이고, 이들 중 절반가량인 약 10억명은 치료를 통해 사전 예방이 가능했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포도막염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고 다양하며, 발병 원인도 특정하기 어려워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면서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