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 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55%를 넘어선 가운데 6일 하루 3만6000여명이 1차 접종을 했고, 51만여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한 뒤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 얀센 백신 접종자의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추진된다.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면서 '돌파감염'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를 위한 추가 접종 계획 발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국내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지난달 26일 기준 백신 접종 완료자 2004만4857명 중 0.053%인 1만540명이다. 4월 2명이었던 돌파감염 사례는 6월 116명, 7월 1180명, 8월 2764명, 9월 6471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령별로는 돌파감염 발생률이 30대가 0.119%로 가장 높았다. 돌파감염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2주가 지난 뒤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백신 종류별로는 얀센 접종자의 돌파감염 발생률이 0.193%(10만명당 192.8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0.049%(10만명당 49.3명), 화이자 0.040%(10만명당 40.0명), 모더나 0.004%(10만명당 3.5명) 순이었다.

얀센 돌파감염 비율이 다른 백신에 비교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12월 전에는 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질병청 국정감사에서 "얀센 백신 접종자는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도래하는 시점이 12월이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얀센 외에도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일반 국민 역시 기본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도래해, 올해 말쯤 추가 접종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변이도 주요 변수다.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서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돌파감염 사례는 늘고 있다. 돌파감염 추정 사례 중 변이 바이러스 분석을 마친 2331명 중 90.2%(2103명)는 주요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확진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변이에 감염된 것이다.

돌파감염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9월 넷째 주(19~25일)에 발생한 18세 이상 확진자 1만3280명 중 2768명인 약 21%가 돌파감염 추정 사례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노인 관련 시설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의 63%가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된 사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연천의 한 군부대에서 이틀간 확진된 46명 중 34명(74%)은 이미 권장 횟수대로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감염이 된 돌파감염 사례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돌파감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아지면서 돌파감염자 숫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접종 완료율이 100%가 된다고 하면 확진자 중 돌파감염자는 전원(100%)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층일수록 위증증 악화 가능성이 크고, 백신 접종 효과도 빠르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스터샷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스터샷이 항체의 감소를 막을 수 있는지 아직 명확하진 않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 접종 이후 효과가 감소한다는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비율로 떨어지는지 또한 추가 접종을 했을 시 백신 효과 감소를 확실하게 막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면서 "고위험군을 제외한 일반인 부스터샷 접종 결정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을 제외한 일반 국민에게 부스터샷 접종은 가급적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접종률을 올려봐야, 돌파감염이 계속 발생하므로 접종률 자체에만 의미를 둬선 안 된다"면서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제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환자의 발생, 사망률의 감소를 위해서는 고위험군만 접종을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마 부회장은 "정부가 백신 1차 접종만 해도 예방효과가 86%에 달한다고 홍보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라면서 "백신 접종을 해도 얼마든지 돌파감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에 입각해 코로나19 관련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말 일반 국민의 부스터샷을 개시할 방침이다. 11월 9일 단계적 일상 회복인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시작도 앞뒀다. 결국 돌파감염이 최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확진자 증가 추세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돌파감염 비율이 각 백신별로 어느 정도 되는지, 백신 접종 이후에도 추가 감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숫자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백신 접종 이후에도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등의 노력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