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가 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국내에도 내년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머크(MSD)가 각각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개시했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독감 치료제로 잘 알려진 ‘타미플루’와 같이 먹는 약의 형태로 만들어져, 복용의 편의성과 치료효과 등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가장 빠른 임상이 진행 중인 곳은 머크다. 머크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후보물질인 ‘몰누피라비르’ 감염 예방 효과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머크는 성인 1550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10월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머크가 개발하는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에 삽입돼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에 붙어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지만,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가 몸에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화이자는 경구용 치료제 후보 물질인 ‘PF-07321332’의 임상 2·3상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임상은 코로나19에 확진이 됐으나 병원에 입원하진 않았으며 중증 위험이 없는 성인 환자 1140명 대상으로 추진한다.
앞서 화이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성인 중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 질환으로 중증 질환으로의 위험이 큰 환자들을 대상으로 PF-07321332 임상을 지난 7월 시작했다. 이 임상의 중간 결과는 다음 달쯤 나올 예정이다. 화이자는 올해 4분기 FDA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또 미국 바이오 기업 아테아파마수티컬스가 스위스 로슈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지난 4월 임상 3상에 돌입해, 허가를 앞두고 있다.
정부 역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도입을 위해 올해 추경을 통해 1만8000만명분의 예산을 확보한 데 이어 내년에도 2만명분 등 총 3만8000여명분의 예산을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2차 추경안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예산 중 168억원을 경구용 치료제 투입에 배정했다. 내년도 예산에는 경구용 치료제를 포함해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예산으로 417억원을 편성했다. 정부가 선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경구용 치료제는 몰누피라비르다.
인도발 델타변이, 뮤 등 다양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 출현하면서 코로나19의 유일한 무기인 백신에 이어 치료제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기보다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with) 코로나’가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개발 성공은 위드 코로나 실현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경구용 치료제는 머크나 화이자, 로슈 등에서 임상 3상 완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허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는 시점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천 교수는 “병원에 입원해서 맞아야 하는 주사제 외에 감기약과 같은 먹는 치료제가 개발되면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 유나이티드제약 등 5곳의 제약사들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