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 기업 휴젤이 GS그룹에 인수됐다.
휴젤(145020)은 GS그룹과 국내 사모펀드가 꾸린 법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회사 최대 주주로 바뀌었다고 25일 밝혔다.
휴젤 최대 주주인 리닥(LIDAC, Leguh Issuer Designated Activity Company)은 GS그룹의 다국적 컨소시엄(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 LLC)과 최대 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휴젤 보유주식 535만5651주(총 발행주식의 42.9%)와 전환사채를 양도한다는 내용이다. 전환 가능 주식 수 80만1281주를 포함한 총 615만6932주(총 발행주식수의 46.9%)에 대한 양수도 대금은 약 1조7000억원이다.
이 컨소시엄은 GS그룹과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출자한 해외 법인 SPC, 중국 헬스케어 투자 펀드 CBC 그룹, 중동 아랍에리미트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로 구성돼 있다.
GS는 휴젤 인수로 바이오 분야 첫 진출했다. GS는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정유업종 성장성이 약해지자 미래 먹거리 사업을 고민해 왔다. 신사업으로 바이오 산업을 낙점하고, 그룹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진출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번 휴젤 인수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지휘 아래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허태수 GS 회장은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을 통해 신사업 발굴에 매진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GS는 이번 투자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및 히알루론산 필러 관련 글로벌 시장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국내외 시장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의료바이오 시장 확대를 통해 기존 산업바이오 사업과 시너지를 추구하며, 친환경 그린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GS그룹의 바이오 사업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허태수 회장은 "휴젤은 국내외 수 많은 바이오 기업 가운데 보툴리눔 톡신 및 히알루론산 필러 등 검증된 제품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GS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 할 플랫폼으로 육성해 미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휴젤은 이번 계약으로 새로운 최대주주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도 회사 중장기 전략은 기존대로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휴젤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을 하는 GS그룹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갖춘 IMM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최대 바이오 및 헬스케어 전문 투자 펀드인 CBC 그룹 및 무바달라와 시너지를 통해 세계 메디털 에스테틱(의료 미용)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필러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국내 기업이다.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미간 주름 개선 등에 사용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다. 휴젤은 2016년부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당시 국내 1위이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벌이는 사이 휴젤이 선두로 도약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 이후 휴젤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진출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휴젤이 유일하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수출명)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세계에서는 4번째 중국 진출이다. 중국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가 2021년 기준 약 1조원에서 오는 2025년에는 약 3조2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휴젤은 유럽과 미국 시장 역시 각각 올해, 내년 품목허가 승인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에 휴젤 아메리카를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접수해 심사 중이다. 아울러 휴젤은 유럽에서도 올 하반기 판매 허가를 획득하는 등 향후 3년 이내 글로벌 28개국에서 59개국으로 보툴리눔 톡신 진출국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HA필러 역시 유럽, 라틴아메리카 시장 등에서 빠른 매출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근육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용 목적의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뿐 아니라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이나 뇌성마비로 인한 첨족기형 등 난치병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어 치료용 의약품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한편 휴젤 인수전에는 앞서 삼성, SK, 신세계 등이 인수를 검토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높은 매각가로 대부분이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