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씨젠 천종윤 대표이사 제넥신 서유석 부사장 셀트리온 기우성 부회장. /각사 취합

국내 증시에 상장한 제약·바이오기업 임원진들이 올해 상반기 'K-바이오'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이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창업 초기 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수백억원을 벌어들인 임원이 속출했고, 매출 급등에 따른 특별공로금으로 수십억원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 휴젤 이창진 44억원, 제넥신 서유석 17억 스톡옵션 대박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위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업체인 휴젤의 이창진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45억7400만원을 받았다. 보수 가운데 대부분인 44억4100만원을 지난 2015년 임시주총에서 받은 스톡옵션(3만 3000주)으로 벌었다.

휴젤 대주주인 베인캐피탈이 올해 들어 본격적인 양도 작업에 들어가면서 휴젤 주가는 지난 7월 최고 27만9500원까지 치솟았다. 이 부사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지난 4월 휴젤의 주가는 17만5500원으로 행사가(4만912원)와 비교하면 4배에 이른다. 휴젤은 이날 GS그룹과 사모펀드 연합에 약 1조7000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제넥신의 서유석 부사장도 올해 상반기 보수로 총 18억7000만원을 받았는데, 보수의 대부분이 스톡옵션(17억5500만원)이었다. 주당 9350원으로 총 5만7400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주당 10만9200원에 1만주, 주당 9만5200원에 2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DNA(유전자)를 몸에 직접 넣는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제넥신 주가는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9월 19만원까지 폭등했으나, 이날 현재 8만5000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제넥신에서는 서 부사장 외에 4명의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 스톡옵션 행사로 6억원 이상을 벌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진원생명과학의 박영근 대표이사는 올해 급여 4억8400만원, 상여 15억원을 포함해 39억600만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스톡옵션 보수는 19억2200만원을 차지했다. 조병문 전무는 스톡옵션 4억8000만원을 포함해 9억2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단백질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벤처인 셀리버리의 최영실 전 상무는 올해 5월 퇴사하면서 스톡옵션으로만 235억원을 받았다. 최 전 상무는 지난 4월 자신이 보유한 2만3000주(0.29%) 스톡옵션을 주당 13만500원과 12만1600원으로 행사했다.

최 전 상무 외에 셀리버리에서 권선홍 상무가 스톡옵션으로 20억2500만원, 이병화 감사는 10억1200만원을 벌었다. 올해 3월 비만치료제의 미국 특허 소식이 전해지면서 3만원대였던 셀리버리 주가는 최고 2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고꾸라지면서 8월 현재 6만~8만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셀트리온의 기우성 부회장은 상반기에 스톡옵션으로 2억1900만원을 확보했다. 이 밖에 송수은 상무, 길성민 이사, 최문선 이사, 김세훈 부장 등 4명의 임직원들도 올해 상반기에 스톡옵션으로 10억원 이상 벌었다.

◇ 씨젠 천종윤 대표 특별공로금 30억원 받아

스톡옵션이나 급상여가 아닌 특별공로금으로 수십억원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진단기기 업체인 씨젠의 천종윤 대표이사는 올해 상반기 43억8700만원을 받았다. 천 대표는 이 중에서 특별공로상으로만 30억원을 받았다.

씨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762억원으로 2019년(224억원)과 비교해 30배 이상 뛰었다. 씨젠 측은 "창립 후 기술 및 제품 개발을 통해 회사의 지속 성장에 기여하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회사의 위상 강화에 기여해 (천 대표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올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퇴직금으로 101억7870만원을 받았다. 올해 유한양행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정희 전 대표는 퇴직금으로 59억1700만원 수령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급여와 상여금으로 각각 2억9100만원, 1억9500만원을 받았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와 김태한 전 대표이사는 급상여로 각각 10억7900만원, 10억6700만원을 받았다. 이효근 에스디바이오센서 대표도 10억원대의 보수를 급상여로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