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급에 차질을 빚어온 미국 제약사 모더나사(社) 백신 701만회분이 23일부터 다음달 첫째주까지 국내에 도입된다.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인 정부는 6주로 연장했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4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간격 재조정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 이라면서도 접종 일정 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 6주로 늘렸던 1, 2차 접종 간격 ‘다시 4주로’ 검토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접종 간격을 조정하는 부분은 9월 이후에 추가적인 백신 도입 일정, 규모, 접종 기관별 상황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모더나·화이자가 권고하는 자사 백신 1·2차 접종간격은 모더나는 4주, 화이자는 3주다. 정부는 제약사 권고대로 접종 간격을 발표했다가, 지난 7월 백신 수급 불안을 이유로 화이자의 접종간격을 3주에서 4주로 늘렸다.
여기에 이달 초 모더나가 8월 공급 물량을 당초 계획했던 물량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통보하자 모더나와 화이자 접종 간격을 일괄적으로 4주에서 6주로 늘렸다. 당시 정은경 질병청장은 “외국에서도 백신 수급 상황 또는 접종 상황에 따라 접종 간격 범위를 조정하는 나라들이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모더나가 앞서 통보한 수량보다 더 많은 양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전날(22일) 다시 알려온 데 따라 정부가 접종 간격을 다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접종 간격 재조정 검토하는 것은 모더나 공급 차질이 빚은 급한 불은 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도입된 101만회분을 포함해 모더나가 국내에 9월 첫째주까지 공급하겠다고 재통보한 701만회분이 모두 들어오면 지난 7일 들어온 모더나 백신 130만회분을 포함해 8월~9월 첫째 주까지 들어오는 모더나 백신은 831만회분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루마니아 정부와 스와프(교환)를 통해 들여오는 모더나 백신도 45만회분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 전문가 “접종 간격 단축 바람직...혼란 막아야”
방역 전문가들은 일단 정부의 접종 간격 재조정 검토 방침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제약사가 권고한 접종 간격(3,4주)은 각 사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백신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접종 간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싱가포르, 영국 등에서도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던 초기에는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렸다가 공급이 확대되자 다시 4주로 단축한 선례가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1차 접종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2차 접종 완료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접종 간격을 재조정하는 데 따른 국민적 혼란이 문제다. 당장 지난 7월 26일부터 1차 접종을 시작한 50대 연령층은 이번주부터 접종 간격 4주차에 돌입한다. 이들은 당초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으나 물량 부족으로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 접종을 했고, 접종 간격도 6주로 조정됐다. 당시 조치로 2차 접종 일정이 2주 늦춰진 사람은 총 2511만명에 이른다.
천 교수는 “이번 주부터 50대 후반 연령층 가운데 1차 접종을 한 후 4주가 지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며 “접종 간격을 다시 조정하면, 일정을 다시 재조정해야 하는데, 그런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50대 접종 간격은 6주로 하되,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18~49세에 대한 접종은 재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 연령층의 백신 접종 예약율은 타 연령층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당장 정부는 접종 간격 조정과 별개로 이번에 새로 공급되는 모더나 백신은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18∼49세 연령층 1차 접종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김기남 반장은 “(모더나 백신) 추가 물량을 18∼49세 접종에 우선 활용하고, 다른 접종 대상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