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보고대회’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안재용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존림 사장 등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하는 대기업 대표들과 동아제약 계열사인 에스티팜(237690)의 김경진 대표가 참석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벤처 중에서 에스티팜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정부가 에스티팜의 mRNA 백신 개발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에스티팜이 mRNA 백신 개발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지난 6월이 처음이었다.
mRNA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담긴 mRNA를 여러 겹으로 감싸는 구조다. mRNA는 구조가 불안해서 인체에 안전하게 주입하려면 잘 감싸줘야 한다. 에스티팜은 mRNA를 감싸는 기술 중에서도 첫 단계인 mRNA 구조를 안정화하는 ‘5프라임-캡핑’ 기술을 갖고 있다. RNA 배열이 시작하는 끝을 ‘5프라임 말단’으로 부르는데 여기에 보호막(캡)을 씌워 mRNA를 보호하게 된다.
에스티팜은 최근 mRNA를 감싸는 ‘지질나노입자(LNP)’ 공법을 미국 제네반트로부터 도입했다. 이로써 mRNA 백신에 있어 핵심 기술을 에스티팜이 확보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에스티팜은 자체 기술을 통해 국산 mRNA 백신 개발뿐 아니라 타사의 mRNA 백신 제조에 쓰이는 원료(원부자재) 공급 및 원액 위탁생산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충전·포장을 제외한 백신 공정 기술과 특허를 갖고 있으니 원료 공급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티팜의 양주성 mRNA사업개발실장(상무)은 회사의 mRNA 백신 개발 상황에 대해 “비임상 동물실험으로 항체 생성, 면역 원성을 시험한 뒤 올해 안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면, (늦어도) 내년 1분기에 임상 1상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독일 업체 큐어백과 mRNA 백신 위탁생산 의사를 타진한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양 실장은 “우리가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면,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 첫 mRNA 백신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양 실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전화 통화는 11일과 13일 두 차례 걸쳐 이뤄졌다. 양 실장은 mRNA기술에 대해시는 ‘세상을 뒤바꿀 차원이 다른 기술’이라고 했다. mRNA 방식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 실장은 “새로운 변이의 DNA 서열을 파악해 mRNA로 합성해 (백신 물질로)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며 “항체를 키워서 백신을 만드는 기존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서강대 생명과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학박사, 펜실베니아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성균관대 생명공학부 유전공학 조교수와 분자진단기업인 바이오니아의 연구실장을 거쳐 지난해 초 에스티팜에 영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모더나, 화이자와 비교하면 에스티팜은 후발주자인데, 국산 mRNA 백신에 기회가 있나.
“미국의 모더나와 화이자가 코로나19 mRNA 백신 시장을 점유한 상황에서 틈새가 있겠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앞으로 매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면, 글로벌 백신 개발의 후발주자와 선두주자를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국산 mRNA 백신에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제약업체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합작형태로 mRNA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베트남 등에서는 이 백신을 공급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 여기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수급이 그렇게 원활하지는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남아프리카 등 소외된 국가에도 국제기구를 통해 인도적 공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으로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
一에스티팜의 백신 후보물질인 STP2104 개발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나.
“자체 시험에선 STP2104가 보관 안전성 측면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영하 20℃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다. (화이자는 마이너스 80℃에서 보관해야 한다.) 올해 안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늦어도) 내년 1분기에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임상 1상 승인과 동시에 임상 첫 환자에게 (시험물질을) 접종할 수 있도록, 시간 단축에 집중하고 있다. 임상 장소도 미리 섭외하고, 임상 시험 환자를 모집하는 것도 기관들과 연동해 준비하고 있다. 개발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mRNA 백신이 아직 없고,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공급난을 겪고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도 정책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一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들이 대조군 백신을 구하기 어려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에스티팜의 상황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으로 비교임상을 해야 할 텐데,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모더나나 화이자가 경쟁 제품 개발에 자사 백신을 공급할 이유가 없지 않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정부가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통해 mRNA 백신 관련 특허 유예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백신 바이오시밀러를 허용하라는 건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연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 미국 입장에서도 전 세계의 폭발적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니, 특허를 유예한 후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돌려받는 방식을 고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생산시설 기술이전은 하지 않도록 하고, 자국민 대상으로만 사용하는 조건을 달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 식약처가 모더나 화이자와 비교 효능 임상을 충분히 평가하게 될 것이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一에스티팜이 국내 특허를 받은 5-캡핑 RNA 합성법 특허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나.
“미국 특허 출원 준비 중이다. 내년쯤 특허를 출원할 것으로 보인다.”
一독일 큐어백에 위탁생산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안다.
“큐어백 쪽에 제안을 한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아무래도 자체 기술이 중요한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국산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특허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위탁개발생산(CDMO)을 다시 제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一국산 백신도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위탁 생산도 하겠다는 건가.
“mRNA 백신 및 치료제 제조는 ▲플라스미드DNA(원료)로 mRNA를 합성한 다음 ▲불안정한 mRNA를 감싸(capping) 안정화시키고 ▲이 물질이 인체에 효과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번 더 감싼(LNP 캡슐) 후 ▲무균 충전 및 포장하는 단계로 구성된다. 에스티팜은 이 중 핵심 기술인 캡핑과 NLP 기술을 갖고 있고, PEG지질과 이것의 원료물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국산 mRNA 백신 개발에 필요한 물질을 자체 충당하고, 남은 부분은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 충분히 생산 공급할 수 있다. 에스티팜은 캡핑 원료물질도 생산할 수 있다.”
一변이 바이러스 대응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도 개발 중이다. 연 2억도즈 이상 mRNA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할 테니, 대량 생산 설비 구축을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런데 정부가 특정 기업에 설비 지원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생산 설비 구축에 필요한 장비를 들여오는 데에만, 10~1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생산을 하려면) 지난 7월까지는 결정을 했어야 하는데(그러지 못했다).”
一mRNA 백신 이외에 포스트 코로나 전략도 준비하는 게 있나.
“물론이다. 포스트 코비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준비 중이다. 국내 기업과 공동 개발하는 기술이 있는데, 조만간 확정되면 공개할 계획이다. mRNA는 앞으로 바이오 업계의 판도 자체를 바꿀 것이다.”
一국내에서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바이오벤처들이 여럿 있다. 이들과 차별점이 있나.
“옥석은 가려질 것이다. 너도나도 mRNA 백신 후보물질을 얘기하는데,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