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가 지난 5월 미국 메사추세츠 노우드 공장 미디어 투어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EPA=연합뉴스

mRNA(메신저리보핵산)방식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 모더나사(社)의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 대표가 지난 5일(현지시각) 오전 열린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사전 예약 현황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웹캐스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실적 발표에서 방셀 대표는 자사 개발 백신의 효능 검증 결과를 공개한 후 올해 성과를 조목조목 짚었다.

◇ 미국 4억도즈 등, 올해 생산물량 만큼 계약 마쳐

모더나는 이날 자사의 mRNA백신이 2차 접종을 마친 후 6개월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93%의 예방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모더나 백신의 효능이 우수하단 것은 업계에서 짐작됐지만, 수치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화이자 mRNA 백신 예방 효능 84%보다 높은 것이다.

방셀 대표는 이어 일본과 유럽 보건당국에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을 12~17세 청소년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소식,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독감 백신 임상 2상 소식 등을 전한 후 “우리의 사업적 모멘텀도 강하다”며 백신 계약 현황을 공개했다.

그는 “(올해 공급 계약한 백신 물량이) 올해 생산 가능 물량을 모두 채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물량은 더 이상 주문 받지 않는다”며 “현재 세계 각국과 내년 공급 물량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스라엘과 스위스와는 오는 2023년 구매 계약도 체결한 상태”라고 했다.

모더나의 올해 2분기 실적은 ‘mRNA 서프라이즈’였다. 전체 매출 44억 달러(약 5조 300억원) 가운데 mRNA백신으로만 42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벌어 들였다. 상반기 통틀어 59억 달러(약 6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분기 순이익은 28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고, 6월 말 기준 현금 자산은 120억 달러를 넘어섰다. 모더나의 작년 2분기 매출은 고작 6700만 달러(약 765억원)였다.

모더나가 올해 2분기 전세계에 공급한 백신은 1억9900만 도즈로 나타났다. 미국에 1억 2600만 도즈,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 7300만 도즈를 공급했다고 한다. 오는 7일 인천공항에 모더나 백신 130만 3000도즈가 도착한다. 6일까지 국내에 들어온 모더나 백신은 총 115만 2000도즈. 올해 2분기 미국 외 나라에 공급한 물량(7300만 도즈) 중 1.57%가 국내 도입된 셈이다.

◇ 부스터샷 용량 반으로 줄일 듯...가격은 동일

올해 2분기 새로이 합류한 모더나 임원진/모더나 실적발표 자료 캡처

방셀 대표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모더나에 새로 합류한 임원진들도 소개했다. 지난달 셰넌 클리거 전 노바티스 CLO(법률책임자)와 폴 버튼 전 얀센 CHO(의료최고책임자)가 모더나에 같은 직책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바티스와 얀센은 글로벌 빅5 제약사, 이른바 빅파마로 통한다. 빅파마의 임원들이 올 초까지 바이오벤처에 불과했던 모더나로 이직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모더나의 인기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모더나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30% 넘게 올랐다.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확산되면서 ‘코로나 2차전’이 시작됐다. 델타 변이에 혈전증 우려가 제기된 아스트라제네카(AZ)등 벡터 방식 백신 예방 효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권고 접종(2회) 이후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 검토에 들어갔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부스터 전략’을 이미 시작했다고 한다. 모더나 백신의 현재 1회 접종 용량은 100마이크로그램, 모더나는 이의 절반인 50마이크로그램 용량의 부스터샷을 연구 중이다.

1회 용량이 줄어들면 공급량(도즈)은 늘어난다. 방셀 대표는 “1회 접종 용량이 50마이크로그램으로 결정되면, 내년 최대 백신 생산량은 30억 도즈까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용량을 줄이면 가격도 낮추느냐’는 질문에 “용량과 가격은 별개의 문제”라고 잘랐다.

모더나의 올해 백신 생산량 목표는 8억~10억 도즈다. 모더나는 내년에만 약 12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mRNA 판매 계약을 마쳤다고 한다. 모더나는 최근 백신 가격을 1도스당 20~22달러에서 23~25달러로 약 10% 인상했다.

모더나는 남미,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겨냥해 일반 냉장고에도 보관이 가능한 차세대 코로나19 백신도 개발 중이다. 코린 르 고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남미, 아시아, 중동 국가에 델타 변이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와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위탁생산(CMO)한다. 8월 말 시제품을 생산하고, 9월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서 생산된 백신은 아시아, 중동 지역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모더나 백신 국내 허가와 유통은 GC녹십자가 맡는다.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