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검사 키트./세브란스병원 제공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후각 기능 평가 검사가 개발됐다. 새 검사법은 기존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등의 진단 외에도 후각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질환의 진단 평가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창훈·조형주·윤주헌 교수와 용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하종균 교수 연구팀은 3일 한국인에게 익숙한 후각원을 도입한 한국형 후각검사법 YOF(YSK Olfactory Function) 테스트를 개발했다고밝혔다.

후각은 냄새를 맡는 감각으로,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학계에서는 우울증이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정신질환이나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역할을 맡는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중에 후각 저하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후각 검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후각은 정신물리학적 검사법을 이용해 얼마나 희미한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지(역치), 서로 다른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지(식별), 어떤 냄새인지(인지) 세 가지 측면을 검사・분석한다. 맡아본 냄새와 그렇지 않은 냄새에 따라 검사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탓에 후각 검사에는 각 나라의 문화적 측면을 고려한 향료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 후각 검사에는 유럽 후각테스트(Sniffin’sticks test)를 한국인에 친숙한 냄새로 변경한 KVSS-II을 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KVSS-II는 20년이 넘은 항료로, 최근 세대와는 문화적 경험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한국 문화를 전반적으로 고려한 새 후각 검사 향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연구팀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검사자들에게 친숙하고 인체에 무해하며, 정확한 후각 검사가 가능한 YOF 테스트를 개발했다.

YOF 테스트는 문화적 친숙도와 케톤(ketone)이나 산(acid) 등 주요 화학적 작용기를 고려한 12개의 냄새로 구성된다. 복숭아, 스피아민트, 초콜릿, 나프탈렌 등 여러 문화권에서 맡을 수 있는 보편적인 8개의 향료과 한국인에게 문화적으로 친숙한 숯불 고기와 누룽지, 홍삼, 한약 등 4개 향료가 마련됐다. 인지 검사에서의 보기 문항도 명료하게 정리해 후각이 떨어진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역치검사에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장미향의 PEA(2-Phenyl-ethyl alcohol)를 채택해 향료 친화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했다. 그간 역치 검사에 사용한 뷰탄올은 불쾌한 냄새와 함께 일정 농도 이상에서 신경독성을 가지고 있어 검사에 부적합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YOF 테스트는 KVSS-II 검사와 비교한 결과 동등한 검사 효과를 보이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인지 검사는 YOF 테스트의 정확도가 KVSS-에 비해 더 높은 결과가 나왔다. KVSS-II는 검사에서 일부 향에 대한 식별 비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YOF 테스트는 90% 이상의 높은 정답률이 나타났다.

후각을 잃었을 때 YOF 테스트에서 후각 상실을 측정하는 민감도는 79.8%, 후각 상실이 아니라고 판별하는 특이도는 87.2%였다. 같은 검사에서 KVSS-II의 민감도는 85.1%, 특이도는 81.4%다. 김창훈 교수는 “새 테스트는 특정 작용기에만 반응이 저하되는 것과 같은 후각 저하 양상의 세밀한 분류가 가능하다”며 “후각 저하의 원인과 연관 짓는 연구에 이용할 수 있어 파킨슨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진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사개발 연구결과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CEO(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