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5만4000회분이 지난 8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 관계자들이 백신이 담긴 화물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겨 정부가 당장 다음 주 백신을 접종하는 만 55~59세에게 모더나 대신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고 26일 밝혔다. 모더나 백신은 지난해 연말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사(社) CEO와 통화해서 백신 4000만회분(2000만명분)을 구했다고 홍보했던 바로 그 백신이다.

박진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지원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모더나에서 생산 관련 이슈(문제)가 있다고 통보해왔다"며 "사실관계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행정적,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기자들이 '도입 일정이 미뤄지는 것이냐'라고 묻자 "모더나의 경우에는 일부 (도입)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며 "사실관계가 파악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은 정부의 하반기 주력 백신으로 통했다. 이달 1일 '7월 접종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정부는 50대(50~59세)의 1차 접종 백신은 '모더나'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는 이날부터 시작한 50대 후반(55~59세) 수도권 인구의 접종 백신을 화이자로 변경하더니, 다음 달 2일부터 접종하는 50대 후반 접종자들은 지역과 관계없이 화이자를 맞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 수급에 차질이 있다고 해도 비수도권은 모더나를 접종할 계획이었는데, 이번에 급하게 다시 화이자로 바꾼 것이다. 단, 모더나 백신만 접종 가능한 위탁의료기관 657개소에 접종을 예약한 사람은 기존대로 모더나 백신을 맞는다.

지금까지 국내에 도입된 모더나 백신은 모두 115만회분. 정부가 올해 모더나와 계약한 물량 4000만회분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만 3885만회분을 더 들여와야 한다. 정부가 '생산 문제'라고 못 박은 만큼 모더나의 수급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라고 한다.

이 때문에 다음 달 16일부터 접종하는 50~54세 380만명도 모더나 대신 화이자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진짜 문제는 다음 달 말부터 시작되는 18~49세 1700만명에 대한 예방 접종 물량이다. 정부가 최근 '혈전증'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가능 연령대를 50대 이상으로 높인 데 따라 이들은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을 맞아야 한다.

조선DB

모더나 백신이 도입되지 않으면 이들 또한 화이자 백신을 맞아야 한다. 그러나 모더나를 대체할 화이자 백신도 그렇게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에 남아 있는 백신 물량은 536만2100회분으로 화이자 291만회분, 모더나 108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AZ) 136만회분이다. 국내 3분기 도입 백신 8000만회분 중 2000만회를 차지하는 노바백스는 승인 문제로 3분기 활용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화이자가 벨기에 공장에서 매주 부지런히 백신을 실어나른다고 해도 3분기 안에 필요한 약 2000만회분 물량을 모두 맞추기는 빠듯해 보인다. 여기에 전 세계 델타 변이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부스터샷(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접종)'을 위한 백신 확보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확진자의 절반가량(48%)이 델타 감염자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 유래한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1.64배나 강하다. 전파력이 강한 대신 위중증 비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입원 위험도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2.26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감염된 확진자의 건강을 안심할 수준이 아니란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방역으로 통제가 됐는데, 델타 변이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상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나 방역 대응 전략에서 (델타의) 전파력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4차 대유행 확산세를 고강도 방역으로 억누르면서, 백신 접종률을 높일 시간을 버는 것으로 전략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대로라면 델타 변이 확산으로 대유행의 확산 속도는 빨라지고, 국민에게 접종해야 하는 백신 도입 시기는 계속 늦춰지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하지만 모더나의 백신 수급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올해 상반기 공급을 약속했던 모더나는 올해 6월이 되기 직전 공급 시기를 3분기로 늦췄다. 하반기부터 공급을 정상화한다고 하면서도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과 달리 모더나 백신은 띄엄띄엄 국내에 들어와 당국을 긴장시켰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제약 업계에서도 바이오 벤처회사인 모더나의 생산능력에 대한 우려는 계속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모더나와 백신 공급 계약을 해지하고,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한 화이자와의 계약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