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노바백스사(社)가 자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사용 승인 신청을 계속 늦추면서, 우리 정부의 3분기 백신 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올해 들여오기로 한 노바백스 백신 물량은 모두 4000만회분. 정부가 3분기 내 도입이 불투명한 노바백스 백신을 대신할 다른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 하반기 백신 수급 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NVX-CoV2373)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날 현재까지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노바백스 백신은 지난달 14일 임상 3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90%가 넘는다는 결과를 공개하면서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급' 백신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임상 결과 발표 한 달이 지나도록 FDA에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노바백스가 허가 신청을 9월 말까지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FDA는 '질병 치료 등에 대안이 되는 의약품이 없을 경우'에만 긴급사용 승인을 한다. 그런데 미국에선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백신이 이미 충분히 도입됐고, 접종률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 영국이나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4차 대유행으로 백신 접종 수요가 급증한 국내 백신 수급에 미칠 영향이다. 우리 정부가 올해 도입하기로 한 노바백스 백신 물량은 4000만회분, 이 가운데 2000만회분은 3분기에 도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지난 2월 노바백스와 백신 기술 이전 및 위탁 생산 계약을 했다. 우리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북 안동 공장에서 생산된 노바백스 백신을 당장 3분기부터 들여와 접종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3분기 중 노바백스 백신 도입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9월 들어올 물량에는 모든 종류의 백신이 다 포함돼 있다"고 했다. 홍 팀장의 발언은 9월 전에 노바백스 백신이 국내 도입된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지난 5일 "조만간 미국 FDA에 노바백스가 (사용 허가를) 신청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바백스가 다음달 안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해외 절차와 국내 허가 절차도 맞물려 국내 생산은 물론 국내 백신 접종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노바백스'가 8월 안에 백신 사용 허가 승인을 받지 못할 상황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접종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고, 공급량도 충분해 미 당국이 노바백스 백신을 긴급허가승인할 필요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노바백스가 정식 허가 절차를 밟는다면, 국내 백신 도입이 지연될 수도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노바백스는 B형 간염 백신과 제조 방식이 같은 합성항원 방식으로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냉장 유통도 가능해 주목을 받았다. 노바백스는 지난 6월 미국·멕시코에서 18세 이상 2만99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자사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0.4%이며, 영국 발 알파 변이 등 주요 8종 변이에 대한 예방률도 9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노바백스가 당초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이 백신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긴급 사용승인 허가가 떨어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