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 전국 곳곳에서 33℃ 안팎의 폭염으로 60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20일부터 서울 낮 최고기온이 4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사상 최악의 폭염이었던 2018년에 버금가는 더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더위에 취약한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실외활동 시 고온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17일 의료계 전문가들은 “무더위에 취약한 노약자들의 열사병, 화상 등 온열질환 발생이 우려된다”며 “낮 시간대에는 외부활동을 피하고, 수분을 꾸준히 섭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온열질환은 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말한다.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릴 경우 비교적 가벼운 일사병(열로 인한 탈진)부터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열사병까지 온열질환의 종류는 다양하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통계(2020년 5월 20일~2020년 8월 16일)’에 따르면 전체 온열질환자 644명 중 대다수인 447명(69.4%)이 주로 낮 시간대(오전 10시~오후 5시)에 발생했다.
지난 5년간 온열질환으로 9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60%가 60살 이상 고령층이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6개월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97명으로, 2016년 17명, 2017년 11명, 2018년 48명, 2019년 11명, 2020년 9명이다. 올해는 지난 6월 대구에서 첫 폭염사망자(40℃ 이상의 열사병 증상)가 발생했다.
인체는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체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체내 조직 손상을 막기 위해 땀을 흘리는 등 발한작용으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무더위와 함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장시간 노출되거나 과도한 신체활동을 할 경우 몸의 열을 내보내지 못하면서 생기는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등이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열사병은 일사병과 증상이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 대신 오심, 구토가 심하고 의식 변화가 나타난다. 심부체온은 40℃가 넘어간다. 이 경우 환자를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으며,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환자에게 찬 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김선미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사병 환자가 발견되면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면서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환자 몸에 미지근한 물을 분무기 등으로 뿜으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을 사용해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필요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며 “다만 알코올 스펀지로 몸을 닦는 것은 많은 양의 알코올이 확장된 피부 혈관을 통해 흡수돼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서 수액 보충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사병’이 생길 수 있다.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구토, 혼미 등이 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면서 “40℃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발견되면 급속냉각요법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몸이 극심한 더위에 적응하지 못해 열로 인한 실신이 발생할 수도 있다. 푹푹 찌는 더위에 노출될 경우 노인이나 어린이는 외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가벼운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손기영 교수는 “혈액 용적이 감소하고 말초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다”라며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쉽게 회복되며, 시원한 그늘을 찾아 호흡이나 맥박에 주의하면서 머리를 낮게 해주고 수액을 보충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뜨거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며 ‘일광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물집이 나거나 얼굴과 팔다리가 붓고 열이 오를 수 있다. 일광화상은 햇볕에 화상을 입는 것을 말한다. 일광화상을 예방하려면 구름이 없는 맑은 여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외출을 삼간다. 직사광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외 시간에는 얇은 겉옷으로 피부 노출부위를 가리거나 외출 30분 전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른 뒤에 나가는 것이 좋다. 손기영 교수는 “찬물로 찜질을 해주고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찜통더위에도 답답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만 한다. 불볕더위 속 마스크 착용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폭염까지 마주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장시간 써도 불편함이 없는 마스크를 선택해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덥더라도 비말이 튀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착용감이 편한 덴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스크를 선택할 때 고려할 두 가지 요소는 ‘비말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와 ‘편안한 착용감’이다. 편안한 착용감이란 통풍이 원활해 상시 착용해도 호흡에 문제없이 안전한가를 의미한다. 결국 유효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갖춘 마스크를 쓰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폭염이 겹친 상황에서 격렬한 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김미나 교수는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면 어떤 종류의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호흡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열 발산을 차단하기도 한다”면서 “가급적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고, 굳이 운동을 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지키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