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국민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이 연기된 것에 대해 정부는 이들에 접종하는 모더나 백신의 ‘주간 단위 공급이 조정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백신 수급 계획이 꼬인 것은 화이자 백신의 7월 국내 도입 물량이 정부 예상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화이자가 백신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져 국내 공급 물량도 줄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7월에 백신 1000만회분이 들어온다고 밝혔지만, 7월 중순인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된 백신은 288만회분이다. 정부가 약속한 1000만회분을 맞추려면 앞으로 2주 동안 700만회분 이상이 더 들어와야 한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올해 생산 목표치를 13억회분에서 30억회분으로 올린다고 밝혔는데, 지난달 말 이를 위한 막바지 필수 공정 점검 절차에 들어가면서 6월 말과 7월 초 전체 생산량 자체가 감소했다. 백신을 포함한 바이오 의약품은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것도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이 때문에 이번 달 국내에 들어오기로 한 화이자 백신 물량이 정부 예상치보다 크게 줄었다고 한다.
정부가 그동안 ‘주 단위’로 제약사들과 백신 공급 물량을 협의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정부는 7월에 들어올 화이자 물량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을 최근에야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달 초 이스라엘과 다급하게 화이자 백신 70만회분에 대한 교환 협정을 체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초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안에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국내용으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곧 출하된다고 하지만 이 물량도 넉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약속한 백신 공급 물량을 다 채울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라고 했다. 화이자 관계자는 국내 공급 물량 감소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과 기존 계약에 차질이 없게 백신이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인 백신 수급 일정으로 전날(14일) 50대 후반의 접종 예약은 재개됐지만, 예약 기간은 애초 17일까지에서 24일까지로 늘어났고, 접종받는 기간도 다음 달 14일까지로 일주일 연장됐다. 만 50~54세(50대 초반) 연령층의 접종 시점은 8월 16~25일로 일주일 가량 연기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50대 초반 접종이 일주일 연기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모더나 백신의) 주간 단위 공급이 조정되는 점을 반영해 접종 시점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모더나 백신이 3분기 중에는 50대가 1·2차 접종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로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전 예약을 기다린 50대 초반 인구는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접종 시점이 미뤄진 것 아니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방역 전문가들은 50대 접종 일정이 밀린 데 따라 만 18~49세 인구의 백신 접종 일정도 줄줄이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수급이 안정화되지 않는 한 일정은 계속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은경 청장은 “50대 접종이 끝나야 40대 접종이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50대 사전 예약을 급하게 재개했지만 전날 오후 8시 재가동된 사전 예약 시스템에 접속자가 또다시 몰리면서 수시간 동안 먹통이 됐고, 사용자들이 불편을 또 겪었다.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6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전날(1615명)에 이어 1600명대를 유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화이자와 협의한 물량은 협의한 대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화이자 교환 협정을 맺은 것도 화이자 공급 물량이 줄어든 것과 무관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AZ) 이번 달 국내 공급 물량을 두고 계속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