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4일 0시 기준 1615명으로 지난 9일 역대 최고치(1378명)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서울⋅경기⋅인천에서만 1179명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치다. 감염 확산세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7배 세다고 알려진 델타 변이가 주도하고 있다.
전날 방역 당국이 지난주(7월 4~10일) 국내 전체 확진자 가운데 1215명(16.5%)을 골라 변이 여부를 검사한 결과 44.1%인 536명이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델타 변이 감염자는 69.8%(374명)였다. 확진자 10명 중 3명,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중에서 10명 중 7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중 델타 변이 비율은 9.7%에 불과했다. 그런데 불과 5주 만에 이 비중이 7배 이상 커졌다. 델타 변이 감염자는 최근 3주 연속 2배씩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 대로라면 이달 안에 델타 변이가 전체 변이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 첫 델타 변이 감염자가 나온 때는 4월 중순. 지난 2~3월 국제 항공편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델타 변이가 이 작은 틈을 파고들어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 영국·미국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 델타 변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5월부터 해외 검역 관리를 철저히 해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최근까지 델타 변이가 알파 변이와 비교해 확산세가 크지 않아 통제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도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국내 변이 중 델타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감염자 수는 전날 790명으로 불어났다. 질병관리청은 그제야 "15일부터 각 시도에서 델타 변이 검사 수를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델타 변이의 확산세를 간과한 채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관리는 물론, 거리두기 완화에도 성급했다고 입을 모았다.
◇ 예방 효과 떨어지는 중국 백신, 자가 격리 면제 논란
방역 전문가들이 델타 변이 국내 확산의 대표적인 실책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은 해외에서 중국 백신(시노백·시노팜)을 맞은 사람이 국내에 들어올 때 14일의 자가격리를 면제해 준 조치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승인을 받은 화이자, 얀센 등의 백신을 권장 횟수만큼 모두 접종하고, 2주가 지나면 격리 면제서를 발급해 준다. 여기엔 시노팜과 시노백이 포함된다.
문제는 중국 백신에 대한 격리 면제를 승인한 국가는 한국이 세계 최초라는 점이다. 중국 백신에 대한 예방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다. 미 워싱턴대 국제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최근 중국 백신의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40%대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예방효과가 2차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80~90%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란 뜻이다.
중국 백신을 접종한 주요국에서 돌파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태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시노백을 2회 접종한 의료진 67만7348명 중 618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는 접종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91명이 백신을 접종하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돌파 감염을 조사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2.67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에서는 10만명 당 10.2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 백신의 돌파감염 발병률을 국내 화이자 접종자와 비교하면 30배, 얀센 섞어 접종한 미국과 비교하면 9배에 이른다.
더욱이 이번에 해외 유입된 델타 변이 감염 사례(124건)를 보면 인도네시아 70건, 우즈베키스탄, 태국, 필리핀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모두 중국 백신을 주로 접종한 나라다. 중국은 저개발국에 자국 백신을 대량으로 무상 공급하며 백신 외교를 해 왔다. 이 국가에서 우리나라로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유입된다. 방역에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단 뜻이다.
중국 백신은 정치적으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중국 신장(新疆) 내 인권 옵서버 활동 보장을 촉구하는 40여개국 공동 성명에서 빠지지 않으면 백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백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비난을 받았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중국의 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과를 50%로 인정했지만, 아직도 학계에서는 불신이 크다"며 "정부가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시작될 때 중국 백신 접종자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마 부회장은 자가격리 면제 조치와 관련해, "중국과 외교적 관계 때문에 WHO가 승인한 백신 가운데 중국 백신을 제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적 문제가 있다면, 중국 백신 접종자에게 국내에서 사용되는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