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만 55~59세(1962~1966년생)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이 12일 오후 도입 물량 부족으로 접수 반나절 만에 중단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8월 7일까지(접종 예정된) 185만 명이 예약을 했다"며 "확정된 물량에 대한 예약을 일시 마감한 상태"라고 했다. 정 청장은 "지난주 예약 안내를 하면서 확보된 물량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 모더나, 남은 물량 80만… 50대 후반 4분의 1도 감당 못해

방역 당국은 지난 9일 50대 후반 백신 사전 예약에 대해 설명하면서 '수급 상황에 따라 예방 접종 규모나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고 했지만, 예정된 물량이 다 차면 예약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날 사전 예약 대상인 50대 후반 국민은 모두 352만명. 정 청장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사전 예약은 계획된 185만개 확보될 물량에 대한 '선착순' 접수였던 셈이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모더나 백신은 80만 7000개다. 이는 이날 사전예약 대상인 50대 후반 인구의 4분의 1도 감당하기 어렵고, 전체 50대 인구(732만명)는 10분의 1이나 겨우 맞힐 수 있는 분량이다. 정 청장은 이날 "주간 단위로 백신이 들여온다"고 했지만, 이달 말까지 추가로 백신이 들어오지 않으면 당장 이번에 사전 예약에 성공한 사람 가운데 100만 명은 맞을 수도 없다.

정부는 이달 중 추가로 들어올 물량을 예상해서 사전 접종 예약을 받았는데, 신청자가 몰리면서 순식간에 동이 났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번에 예약하지 못한 167만 명에 대해선 다음 달 2~7일 접종을 받는 일정으로 19일부터 다시 예약할 수 있게 안내할 방침이다. 그러나 물량 공급이 여의치 않으면 이번 사태처럼 접종 일정이 또 다시 밀릴 여지도 있다. 이달 19~24일 사전 예약을 받는 50대 초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제공

더욱이 이날 접종 중단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 직후에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백신 접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며 "도입되는 백신 물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접종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도 "백신 도입과 접종은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백신이 쪽대본이냐" 예약 밀린 50대 불만 터졌다

사전 예약에서 밀린 50대 후반과, 예약 접수를 앞둔 50대 초반 대상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대통령이 백신 접종을 앞당기겠다고 하더니 우리나라 50대가 갑자기 태어난 것도 아닌데, 통계청에 버젓이 나와있는 인구와 백신 수량도 확인하지 않고 접종 예약을 받은 것이냐" "이번에 예약을 하지 못하면 도대체 언제 맞을 수 있느냐" "백신이 쪽대본도 아니고 하루 벌어 하루 접종하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달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적 갈증이 커졌지만, 정부는 이달 도입될 백신 물량이 1000만회 분이라는 점만 강조했지, 언제 어떤 백신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날 55~59세 예약 첫날 새벽에 동시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예약 사이트는 4시간 넘게 먹통이었다. 방역 전문가들은 "물량이 부족하면 미리 공지를 했어도, 이런 소란은 막을 수 있었다"며 "불필요한 행정 착오로 당국에 대한 신뢰만 하락했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사전 예약마다 오늘 같은 줄 세우기가 계속되는 것인가"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상원 질병청 위기대응분석관은 '줄세우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 없이 "물량 대비 안내에 대해 소통이 짧았던 부분이 송구하다"며 "일정에 대한 차질과 불편이 최소화하겠다"고만 했다. 이상원 분석관은 이날 사이트 접속 마비 사태에 대해서도 "미처 판단하지 못했다"면서 "네트워크의 부하를 분산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