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4개 보건의료단체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비급여 보고 제도' 등 통제 강화 정책의 졸속·일방적 추진을 즉각 멈추고 의료계와 심도 있는 협의와 합의를 통해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통해 이달 중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확정하고 8월 중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비급여 보고제도는 의료기관의 장이 비급여 진료비용(제증명수수료 포함)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이들 4개 단체는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 통제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제도를 통한 시장기제의 담보라는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의 전제 조건을 훼손하고 공급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전형적인 규제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비급여 보고 제도'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지만, 최근 정부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와의 협의 내용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비급여 보고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비급여 제도는 그 자체가 정부가 아닌 의료기관이 가격을 정하고 환자가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정부의 가격 관리 밖의 영역임"이라면서 "그럼에도 정부가 보장성 강화 등을 이유로 (비급여를) 관리의 영역으로 포함시켜 비급여 보고제도 등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모순에 빠진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왜곡하는 가격 정보를 제공해 오히려 국민 선택권을 제한함과 동시에 의료기관에 대해 불신을 조장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만약 정부가 비급여 통제정책을 통해 관리, 억제하려 한다면 고질적 저수가 구조에 대한 혁신적인 개편을 통해 적정수가를 보장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들 단체는 "무엇보다 비급여 통제가 강화됨으로써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받게 될 과도한 행정 부담은 의료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면서 "모든 비급여 항목을 보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현실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의 운영방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의료인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 의료계와 함께 제도를 개선해 나가길 거듭 요청한다"면서 "의료계의 입장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 4개 단체는 위헌소송, 비급여 보고 전면거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대응이 불가피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