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선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200명을 넘어서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진자의 83%(990명)가 수도권에 국한돼 있지만, 전국이 하루 만에 통행 가능한 ‘1일 생활권’인 것을 고려하면 ‘4차 대유행’은 이미 시작됐다는 경고가 나온다. 더욱이 이번 대유행은 감염도 쉽고, 또 백신도 뚫는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현 상황을 ‘위기 국면’으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 지난주 하루 확진자 700~800명…쉴새 없이 터진 델타 변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1212명을 기록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3차 대유행’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 25일(발표일 기준, 1240명)이후 역대 최다치다. 수도권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는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2~3일 더 지켜보다가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도 조치를 취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단계는 4단계로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의 사적 모임만 허용되고, 행사는 금지된다. 수도권에는 현재 체계를 오는 14일까지 일주일 연장한다. 수도권 상황은 새 거리두기 기준에서 3단계(수도권 500명 이상)에 해당한다.

이달 들어 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는 700∼800명대를 보였다. 지난주 하루 평균 확진자 숫자는 768명, 지역발생 확진자 숫자는 711명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델타 변이를 매개로 한 집단감염이 쉴 새 없이 터졌다. 지난달 19일 서울 마포구 홍대 주점 등에서 시작된 경기도 원어민 강사들의 집단감염에서 델타 변이가 확인됐다. 경기 시흥 교회, 서울 광진구 고등학교 등에서도 델타 변이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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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지난 4일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전날(6일) 오후 6시까지 확진자가 47명으로 늘어났다. 직장인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일대도 비상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여의도 일대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인천 미추홀에서 6일 한 초등학교 학생과 교직원 26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 감염 확산 부른 성급한 방역 완화

신규 확진자가 7개월 만에 1200명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민들 사이에 방역 긴장감이 떨어진 가운데 감염력이 더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된 때문이다. 여기에 백신 접종률이 적정 수준(50%)에 이르지 않았는데, 방역 당국이 섣불리 방역을 완화한 것이 바이러스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는 7~8월 여름 휴가철 전국적으로 이동량은 많아질 것이 뻔한데, 감염력이 기존 코로나보다 7배, 알파 변이와 비교해 2배 가량 높다고 알려진 델타 변이가 국내에 유입된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방역 완화 카드를 꺼냈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겠다’고 1차 접종자들에게도 백신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델타 변이의 경우 기존 백신 1차 접종으로는 예방효능이 30%로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을 1회만 맞아도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사적 모임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당국의 이런 ‘방역 완화’ 지침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부산 해운대를 비롯한 전국 주요 해수욕장 개장했고, 이른 휴가철 주요 관광지에 인파가 몰렸다. 지난 3일에는 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8000명(주최 측 추산)에 이르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이는 앞으로 수도권 확산세가 전국으로 퍼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부산지역 해수욕장 전면 개장 첫 주말인 지난 4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산은 지난 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됐으나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에서는 4인까지만 모임이 가능하다. 부산 해수욕장에서는 백신 접종자를 포함해 모든 방문객이 마스크를 24시간 써야 하고 해수욕장별 고유 번호(안심콜)로 전화를 해 방문 기록을 남겨야 한다. 파라솔은 2m 이상 간격으로 설치해야 한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현재는 확진자가 수도권에 한정돼 있지만,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구 이동이 많은 여름 휴가철 감염병이 비수도권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거리두기 1단계인 비수도권도 그 단계를 차례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델타 변이 확산세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전날까지 델타 변이 감염자(역학적 관련 포함) 숫자는 951건까지 불어났다. 지난 일주일 동안 확인된 델타 변이 확진자는 151건이다. 방역당국은 전체 151건 중에서 지역감염은 51명이기 때문에 지역 확산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는 진단과 분석, 집계해 발표하는 기간이 몇 주나 걸리기 때문에 우리 사회 델타 변이는 이미 광범위하게 퍼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델타 변이는 감염력도 높고, 기존에 나온 백신에 내성도 갖고 있다. 델타 변이 감염자의 특징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일반 감기와 유사하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기존 코로나19는 후각 상실 같은 특이 증세가 있었는데 델타 변이는 콧물이나 칼칼한 목 통증, 재채기를 동반한다. 천은미 교수는 “델타 변이 증상에 재채기가 포함돼, 비염 환자와는 거의 구분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층은 델타 변이에 감염돼도, 자신이 확진된 것을 모르고 빠르게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이스라엘은 접종률 50%때 방역 완화

국내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높지 않고, 백신 수급도 아직 원활하지 않은데 정부가 국내 접종 인프라만 믿고 무작정 빗장을 열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은 사람 비율은 30% 수준이다.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사람은 10%에 못 미친다.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62%, 성인의 80%가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지난 5월에서야 실외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마저도 델타변이가 확산세를 보이자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였다. 영국 미국 등도 1차 접종률이 50%를 넘어서고 나서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방역 당국은 접종률이 10% 수준이던 지난달부터 거리두기 완화를 언급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아직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상당히 낮은 편인데 이런 낮은 상태에서 6월 초부터 방역 완화와 관련된 메시지가 정부 부처 여러 곳에서 꾸준히 나왔다”며 “방역 피로도가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거리두기가 무너져 버렸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전파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했다.

◇ 4차 유행 시작됐는데 맞을 백신이 없다

결국 코로나 확진자 급증을 막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 도입 계약을 서둘렀다면 지금 같은 확산은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현재 확진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0~30대 대다수는 아직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았다. 이들 연령대의 1차 접종률은 20대 10.5%, 30대 20.5%에 불과하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인다고 했지만,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월 현재 국민들은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여전히 부족하다. 연령 별로 50대에 대한 1차 접종은 이달 말에야 시작된다. 20~30대 접종은 아직 예정되지도 않았다.

정부는 지난 4월 ‘상반기 1300만명 1차 접종’ 목표를 달성하려고 2차분으로 비축했던 백신 물량을 1차분으로 돌렸다. 하지만 최근 1차 접종자의 2차 접종 시기가 돌아오자, 1차 접종을 중단하고 2차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날(6일) 이스라엘 정부와 화이자 ‘백신 스와프’를 체결한 것도 이런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 7시 이스라엘로부터 화이자 백신 70만회 분을 들여와 국민들에게 맞히고, 국내 백신 수급이 충분한 9~11월에 돌려줄 계획이다. 이스라엘에서 들여오는 화이자 백신은 유통기한(7월 말)이 임박해 이달 중에 모두 접종해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 확산세를 의식해 이스라엘에서 들여오는 70만회분 가운데 우선 34만회분은 이달 13일부터 서울(20만명분)과 경기(14만명분) 등 지자체 백신 자율 접종에 쓰도록 했다. 배경택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집단생활을 하는 어르신부터 접종하는 원칙은 그대로 갖고 가겠지만, 서울 경기는 방역 상황이 안좋다보니 재량을 갖고 접종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라고 했다.

서울과 경기도는 이 백신을 나이와 관계없이 학원 종사자, 운수 종사자, 택배 기사, 환경미화원 등 다중 접촉이 많은 고위험군에 우선 접종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활동량 많은 젊은층한테 백신을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서울에 백신을 더 많이 배정해 달라 중앙 정부에 요청했다.

◇ 방역 강화 예고했지만 효과 미지수

여기에 해외 백신 접종 완료자에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해외에서 해외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직계가족 방문 등 목적으로 입국하는 경우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인정 백신에는 예방효과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산 백신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돌파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수도권의 확산세를 꺾기 위해 이달 1일부터 적용하려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주일 늦추고 수도권에 대해선 실내외 마스크 착용, 밤 10시 이후 야외음주 금지 등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뚜렷한 효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는 현재 체계를 오는 14일까지 일주일 연장하되 만약의 경우 4단계까지 격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수도권 상황은 새 거리두기 기준에서 3단계(수도권 500명 이상)에 해당한다.

엄중식 교수는 “(확산세를 막으려면) 앞으로 방역 정책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결국 성급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되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하루 확진자가 급증하면 초·중·고생들도 코로나 노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소아·청소년에 대한 예방접종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