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김명지 기자

분자 진단 기업인 바이오니아(064550)가 자체 RNA(리보핵산) 합성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신약 개발에 돌입한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국바이오경제학회 워크샵 후 조선비즈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변이가 나타나면서 전염력이 커지고, 또 백신 내성을 보이는 변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백신을 넘어 효과적인(effective)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을 밝혔다.

박 대표는 "바이러스의 RNA 한 곳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2분의 1(50%)이라고 가정하면, 10군데에 동시 다발적으로 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1000분의 1로 떨어진다"라며 "우리는 바이러스 증식 자체를 억제하는 RNAi(리보핵산간섭)플랫폼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바이오니아 신약 개발 자회사인 써나젠테라퓨틱스는 변이를 포함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자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SAMiRNA-SCV2, SAMiRNA-RelA)을 시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시험 중인) 후보물질 수백개 가운데 10종을 골라 코로나19에 감염된 족제비의 호흡기에 직접 투여한 결과 8일 차에 바이러스 RNA 복제수가 비교군의 1000분의 1로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라며 "(이 후보물질을) 스프레이(분무) 형태로 흡입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또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폐에 과잉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억제하는 자체 후보물질(SAMiRNA-RelA)을 언급한 후 "동물시험 결과 이 후보물질을 휴대용 초음파 네블라이저로 흡입한 패혈증 생쥐의 생존율은 96시간 뒤 60%로 인산완충 생리식염수를 흡입한 생쥐의 3배나 됐다"고 말했다. 써나젠은 최근 이 후보물질을 염증성 폐질환 치료제 후보물질로 국내특허 출원한 상태다.

박 대표와 회사 측 설명을 종합하면 바이오니아는 관련 후보물질 두 가지를 섞는 칵테일 요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신약을 개발한다. 치료제의 제형은 초음파 네블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이용해 호흡기로 흡입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니아와 써나젠은 질병 mRNA를 분해하는 siRNA가 인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타깃 세포까지 잘 전달돼 약효를 오래 유지하도록 양끝에 각각 친수성·소수성 물질을 결합한 신약 플랫폼(SAMiRNA)에 대한 전 세계 원천특허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RNA 바이러스 치료제의 경우 타깃 RNA의 염기서열만 정해지면 이를 분해하는 siRNA만 바꿔 신약후보물질을 신속하게 발굴할 수 있다.

바이오니아 신약 후보물질 SAMiRNA 구조/바이오니아 제공

박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 신약 대량 생산을 위해 충남 공주에 1만8000평 부지를 확보해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코로나 진단 키트 등으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펀딩 없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졌다"고도 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1호 기업인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코로나19 진단장비·키트 등을 90여개국에 수출하며 매출이 급성장했다. 이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19년 362억원에서 지난해 2069억원으로 430%가량 뛰어올랐다. 바이오니아는 코로나19 감염여부를 동네 병원에서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방식 분자진단장비를 출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DNA나 RNA를 활용한 분자 진단은 제약산업으로 보자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같은 분야인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쪽이 주류가 됐다"며 "분자진단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 같은 나라는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도 "진단은 단지 코로나19 확산을 늦추는 역할만 할 수 있기에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코로나19로 사망하는 환자가 더는 없게 돼야 비로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