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센 것으로 알려진 ‘델타형’ 변이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국내 허가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 보다 전염성이 60% 강하고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델타 방역에 스푸트니크V도 확대 적용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현재 상황은 전 세계가 델타변이와 힘겨루기 양상으로 간 듯 보이며, 일부 선진국에서는 기존 주사의 저항성으로 교차투여나 부스터 방식을 고려 중이다”며 “mRNA방식의 백신들의 많은 자료와 다르게 기존의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클래식 백신들은 그 결과가 더디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청원인은 “동유럽권이나 중남미, 동남아 등에서 비교적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아데노바이러스 백신도 결과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임상적 고려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외적 결과물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델타 변이 반응도 좋은 결과가 산출되고 있다”며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선진국들이 백신을 세계적으로 대거 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나라에서 생산한 백신들을 과감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푸트니크V) 세계보건기구(WHO) 승인 가부가 곧 결정될 거 같다”며 “승인 이후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 곧 접종으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강한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백신 개발사가 밝히면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의 데니스 로구노프 부소장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스푸트니크V 백신이 델타 변이에도 약 90%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이다. 러시아가 개발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이름을 땄다. 이 백신은 당초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예방 효과 91.6%란 내용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백신 부족 현상을 겪는 유럽 각국이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과 한국코러스 컨소시엄 2곳이 스푸트니크V를 위탁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영국이나 이스라엘이 ‘대규모 백신 접종 뒤 재확산’이 됐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가 전 세계 100개국에서 확인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도 휴가철과 겹치면서 델타 바이러스의 수도권 확산이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르헨티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24일(현지 시각)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60여만 회분이 비행기에 실려 도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3만5000명을 웃돌아 미국보다 많은 실정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