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개편안 적용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3개 시도에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1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00명에 육박하면서,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사적모임이 4인까지만 허용되고, 유흥시설 집합금지, 노래연습장, 식당⋅카페에서는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하도록 하는 등 현재의 조치를 1주일간 유지하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 8시간전 수도권 급제동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중대본은 예정된 거리두기 개편은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개편안 적용을 불과 8시간 앞둔 이날 오후 돌연 입장을 바꿨다. 전날 신규 확진자 숫자가 발표된 직후인 이날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을 필두로 한 수도권 지자체에서 방역 완화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곧바로 이들 지자체장과 긴급 회의를 거친 후 방역 완화 유예 조치에 “동의한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8일부터는 수도권에도 새 거리두기를 적용하겠다”면서도 “앞으로 1주간의 유행 상황을 보며 결정해야 하며 변동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영상으로 열린 '긴급 시·구 코로나19 특별방역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중대본이 수도권에 새로운 거리두기 적용을 유예하자는 지자체들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그만큼 방역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 신규 확진자 숫자는 794명으로 전날(595명)과 비교해 199명이 폭증하며, 68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발생 759명 가운데 수도권이 83%(631명)를 차지했다. 여기에 이날 서울 마포구 식당 등에서 확인된 인도발 델타 변이 집단 감염이 경기 지역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들을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방대본이 일주일 단위로 발표하는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최근(6월20일~26일)까지 확인된 델타 변이 확진자 수는 263명으로 지난주(190명)와 비교해 73명(40%)이 늘었다. 이런 상승 추세라면 다음주 델타 변이 확진자수가 4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 젊은층 확진자 급증세에 델타 변이 집단감염까지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 확진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지난 1주간 20대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젊은층 중심으로 확진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 확진자 급증이 이들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델타 변이는 빠른 감염력도 문제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모더나 등 국내에서 접종되는 기존 백신 1차 접종으로 예방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AZ백신의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률은 1차 접종에서 30%, 2차 접종에서는 59.8%로 나온다. mRNA백신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역시 1차 접종에서 예방률이 30%대로 떨어졌다가 2차 접종에서 80% 수준을 보인다.

이스라엘이나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1차 접종률이 70%대에 이르지만,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동안 시행했던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 “성급한 방역 완화 조치, 잘못된 시그널 보내”

현재 국내 백신 1차 접종률은 29.8%, 2차 접종률은 9%대에 머문다. 예방 백신을 2차까지 마친 접종 완료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빠른 감염력이 특징인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됐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 주종이 아니지만, 국내에 변이가 유입된 상황에서 방역 완화가 이뤄지면 델타 변이가 주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나아가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 방역이 뚫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국내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궤도에 오르기 전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는 시그널을 보냈다”며 이런 내용을 전했다. 작년에도 거리두기 완화가 발표되면서 확진자가 늘어났고, 3차 유행으로 접어들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발표로) 내달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국민들에게 전해졌다”며 “젊은 층에서 확진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회 활동성이 높은 층에서는 확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6월 둘째주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숫자가 600명대로 올라서는 등 확산세가 계속됐지만, 정부는 방역 완화 조치를 밀어붙였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4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국내 유행 통제 상태는 안정적”이라며 “델타 변이 점유율 자체도 전체 변이의 10%가 안 되는 상황이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손 반장은 “거리두기 개편을 연기하면서 고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자영업, 소상공인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지난 24일 신규 확진자 숫자는 634명으로 지난 17일(507명)에 비해 급증했다.

◇ 1차 접종 델타변이 방어율 낮아...백신 인센티브도 검토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거리두기 완화는 1주일 유예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백신 인센티브(혜택)는 이와 별도로 내달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은 2m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실외라면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들은 실내에서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1차 접종자는 실외라도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번에 수도권 거리두기가 완화 조치가 미뤄지면서 백신 인센티브 제도도 보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백신 1차 접종자의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율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방역 수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측면에서 백신 인센티브는 필요한 것이 맞는다”면서도 “다만 1차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현재 유행 상황을 파악하면서) 일정부분 유보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예고했다. 새로운 거리두기 기준에 따르면 내일부터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단계가 적용된다. 2단계에서는 유흥시설 영업을 재개하고 식당ㆍ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자정으로 연장된다. 다만 수도권은 사적 모임 인원은 1일부터 14일까지는 6명, 그 후엔 8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예정된 방역완화 기준에 맞춰 영업을 준비해 온 수도권 유흥시설과 식당⋅카페⋅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 업주들은 이날 유예 조치도 혼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