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화성 동탄 연구센터에서 소속 연구원이 신약 후보물질을 다루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환자가 극소수이면서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영역은 아직 미개척 분야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 분야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한미약품이 희귀질환 치료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며 한발 앞서가고 있다. 희귀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복잡한 반면에 발명하는 환자 수는 극히 적어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 정확한 치료방법이 없거나 시판돼 승인 받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미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7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6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에서 10건의 적응증(치료범위)으로 총 17건(FDA 9건·EMA 5건·한국 식약처 3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국내 제약사 중 최다 건수다.

FDA는 ‘희귀 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 제도를 통해 희귀·난치성 질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제 개발과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동일 계열 제품 중 처음으로 시판 허가 승인 시 7년 간 독점권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약 2261억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는데, 희귀 질환 영역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회사는 매년 매출액의 20% 정도를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기존 치료제 내성을 극복하거나 특정 돌연변이로 인해 생기는 암 치료제 개발에서도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 흔히 발현돼 내성을 유발하는 FLT3 돌연변이(FMS-like tyrosine kinase 3 ITD 및 TKD)와 SYK를 이중 억제하는 HM43239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희귀난치성 질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LAPSGLP-2 Analog(HM15912)’는 단장증후군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FDA로부터 받았다. 단장증후군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전체 소장 60% 이상이 소실돼 흡수 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또 한미약품은 성장호르몬결핍증, 혈관육종, 자가면역증후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난치성 질환 대상 임상을 통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존 치료제 내성 극복 가능성을 보이거나, 치료제가 없는 분야의 첫 치료제로 상용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신약 ‘LAPSTriple Agonist(HM15211)’도 기대되는 신약 후보군이다. FDA는 이 후보군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용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의 염증 과정에서 섬유 세포가 과다하게 증식해 폐 조직의 섬유화를 유발한다. 폐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희귀 질환이다. 매년 10만명당 100명 이하 꼴로 발병한다. 이 질환은 호흡곤란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증상을 보이지만 대증요법 외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해 3월 FDA에서 원발 경화성 담관염과 원발 담즙성 담관염 치료용 희귀 의약품으로도 지정됐다. 1개의 파이프라인에서 총 3개의 적응증으로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아 혁신적 개발이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APSTriple Agonist는 지난해 7월 FDA에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대한 ‘패스트 트랙’으로도 지정받았다. 개발 단계마다 FDA 지원과 협의를 거쳐 신속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극소수 희귀 질환 환자의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 개발은 제약사 본연의 사명이자 한미약품이 추구하는 R&D의 가치다”라며 “미충족 의학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한미약품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도록 희귀 의약품 개발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