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가 온·오프라인으로 퍼지면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소위 '백신 포비아(공포증)'가 한동안 퍼졌다. 조선비즈는 의료계 전문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했다.
①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유전자를 바꾼다?
소셜미디어(SNS)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변형된다는 동영상이 확산됐다. RNA가 유전자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면 유전 정보가 변형된다는 논리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대표적인 mRNA 백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S단백질을 통해 호흡기 세포와 결합하고 세포 내로 들어간다. RNA는 우리 몸에 대한 유전 정보를 가진 DNA를 번역해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mRNA는 S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RNA를 전달하는 '메신저'다. 즉 mRNA 백신에는 S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가 RNA 형태로 들어있고, 이 유전정보가 백신을 통해 체내 세포에 유입된다.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S단백질이 인체의 면역 세포들과 반응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 유전정보는 세포 핵 안에 DNA 형태로 존재하고, 백신 주사를 통해 인체에 들어간 RNA는 세포핵 밖의 세포질에서 작용한다"며 "핵 밖에 있는 백신 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② 백신을 맞으면 노인 치매를 악화시킨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는 일반 백신과 달리 '푸린'이라는 효소가 섞여 있어서 치매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이 퍼졌다.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런 동영상이 광범위하게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허황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잘못된 사실이다"라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이 치매를 유발하려면 뇌와 신경세포 등에 영향을 만성적으로 줘야 한다"며 "백신은 그 정도의 능력이 있지 않으며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어떤 백신도 치매와 관련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푸린'이라는 효소의 존재 자체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③ 화이자 백신이 AZ 백신 보다 무조건 더 안전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 후 희소 혈전증 사례가 드물게 나오면서, 일부 국가에서 특정 연령대에 대해선 접종을 중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으로 희귀 혈전증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백신 부작용으로 보고된 희귀혈전증은 10만명 당 1명 정도로 나타났고, 국내에서는 발생한 사례가 없다.
접종자 사망률이나 예방률도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가 큰 차이가 없다. 국내 접종자 10만명 당 사망 신고율은 아스트라제네카가 2.62건, 화이자가 2.71건으로 오히려 화이자가 많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이 부작용 논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위험도가 극단적으로 높다고 보긴 힘들다"고 했다. 최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방식인) mRNA 방식 백신도 부작용으로 심근염이 보고되기도 했다"며 "어떤 백신이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과학에 기반한 근거 자료를 통해 국민들이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정부가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인제대 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정부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백신 관련 부작용 정보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는 국가 보상 확대 등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