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광주 북구 관내 한 약국에서 약사가 타이레놀 보유량을 확인하고 있다. 타이레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발열 등 부작용에 효과가 있어 일부 지역에서도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해열 진통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계속되자, 이런 틈을 악용해 일선 약국을 상대로 '타이레놀 현금구매' 피싱 사기를 벌이는 일당이 나타나 약사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3일 대한약사회가 밝혔다.

대한약사회는 이날 회원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싱에 이용된) 대한약품공업에 확인한 결과 회사는 타이레놀 판매 영업을 하고 있지 않으며, 명함과 입금표에 인쇄된 최OO, 박OO라는 인물은 해당 제약사 직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내용을 전했다.

전날 약사들 사이에서는 대한약품공업 영업사원 명함과 함께 10정 짜리 타이레놀(500㎎)을 개 당 2100원씩, 최소 수량 2000개(420만원)씩 판매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확산됐다. 이 사원은 '오늘 주문하면 4일까지 받을 수 있다'며 '보건부 지시사항이라 신용카드 결제는 되지 않고, 선(先)입금해야 제품을 배송하겠다'라고 했다.

이런 메시지를 놓고 일선 약사들 사이에서는 '사기가 의심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약유통사에서 약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입금하라'고 한 것이 이례적인데다, 보건복지부가 아닌 '보건부' 지시사항이라는 문구도 석연치 않았다. 명함에 있는 '대한약품'은 병원용 수액을 주로 유통하는 회사로 타이레놀을 유통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어난 가운데,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계속되자 일선 약국에 현금거래 등을 유도하는 등 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한약사회 제공

대한약품 측은 이런 정황이 알려지자 내사에 착수했고, 이번 사건을 명함을 위조한 사기범이 회사 내선번호를 해킹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이런 내용을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일당의 말을 믿고 타이레놀 구매를 위해 송금을 한 약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과 약사회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인 고열과 근육통을 완화하는 데 '타이레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알리고 있지만, '타이레놀'만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니 이런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한 병에 500정 이상 든 타이레놀을 개봉해서 지퍼백이나 약통에 10정씩 소분해 판매하는 일부 약국도 나타나고 있다. 현행 약사법(48조)에 따르면 의약품은 개봉한 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타이레놀을 소분 판매했다면 최대 약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일선 약국에서는 이런 혼란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부작용과 관련해 "접종 후 어느 정도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를 복용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와 식약처는 '백신 접종 후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구매 관련 포스터'를 제작해 배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