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6시 55분.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체 조립동 앞.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 등 관계자 30여명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인증모델(QM)이 문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오전 7시. 조립동의 흰색 셔터가 열리면서 1, 2, 3단형으로 조립을 마친 아파트 15층 높이의 누리호 인증모델이 위용을 드러냈다. 지난 2013년 러시아에서 만든 발사체를 빌려 나로호를 발사한 지 8년 만이다.

1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인증모델(QM)을 발사대에 세우는 작업이 성공했다. 우리나라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 상공의 지구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다. 오는 10월 첫 번째 발사에 도전한다.

◇ "1, 2, 3단 조립된 발사체 실물 공개 처음"

총 중량 200t에 총 길이 47.2m, 직경 3.5m 누리호에는 KSLV-II, ILV(전기체⋅1, 2, 3단을 다 조립했다는 뜻)라는 기명과 함께 한화, 한양 등 발사체 제작에 참여한 기업의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한 연구원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발사체를 찍으며 "내 손으로 조립했지만, 전기체(全機體)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국산 기술로 개발하고 조립한 발사체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오전 7시 5분 이송차량(트랜스포터)에 실린 발사체가 1.8㎞ 떨어진 발사대를 향해 출발했다. 수십명의 연구원과 보안요원, 취재진들은 이송차량을 따라 산을 올랐고, 출발 1시간여 만인 오전 8시 20분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발사대 앞에 도착했지만, 발사체를 차량에서 이렉터(기립대⋅발사체를 수직으로 세우는 장비)로 옮기는 데만 또 2시간이 더 걸렸다.

연구원들은 쉴새 없이 주변을 돌며 기체를 점검했다. 가스전력실에서는 직경 20m 크기 구리색 터빈이 굉음을 내며 돌아갔다. 이렉터로 옮겨진 발사체가 일어서기 시작하자 연구원들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은 발사체를 주시한 채 주변을 바쁘게 움직였다.

발사체가 40도 가량 일으켜 세워진 오전 10시 10분쯤, '푸슉'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발사체가 발사대와 결합하기 위한 공조(空調⋅기체 내부의 온도, 습도, 세균, 냄새 등을 적합하게 조절)작업을 준비하는 소리라고 했다.

◇ 앞으로 한 달, 연료 주입 등 발사대 성능 최종 점검

국산 기술로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누리호 프로젝트'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누리호 프로젝트는 지난 3월 1단 종합 연소시험에 성공한 지 2개월여 만인 이날 '제2발사대'에 인증모델(QM)이 장착 시험에 성공했다. 누리호 인증모델은 10월 발사가 예정된 비행모델(FM)과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모형이다. 당장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은 아니지만, 동일한 기술을 적용해 발사까지도 가능한 실물 발사체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이 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 앞에서 말하고 있다. /항우연 제공

고정환 본부장에게 이날 작업이 갖는 의미를 묻자 "실제 발사 D-1일 연구원에서 할 작업을 미리 시험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인증모델의 발사대 장착으로 항우연은 실제 발사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제2발사대의 성능을 최종 점검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발사대에 로켓이 장착됐다고 해도, 발사대를 통해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고, 전기와 통신 케이블이 정확하게 연결되어야 발사대가 제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 연료가 제대로 주입됐다고 해도 우주로 향하는 전기 통신 케이블 선 하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발사는 실패할 수 있다.

로켓 발사가 취소됐을 경우 주입된 연료와 산화제를 안전하게 배출하는 것도 발사대의 몫이다. 발사가 취소됐을 때 연료 배출이 안 된다면 폭발 등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항우연은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이런 성능 검증 작업을 하게 된다.

누리호는 그동안 기술적 문제로 발사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됐지만 지난 3월 1단 로켓 연소시험과 이날 발사체 발사대 장착까지 마치면서 추가 지연 없이 오는 10월 발사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 2013년 나로호를 발사할 때 러시아에서 만든 발사체를 빌려 사용했다. 누리호는 정부가 2010년부터 총 1조9572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국내 첫 한국형 우주발사체다. 여기엔 국산 기술로 만든 엔진 6기가 들어간다. 추진력이 많이 필요한 1단 로켓(가장 아랫부분)은 직경 3.5m, 75t급 엔진 4기를 묶어 만든다. 엔진 4기를 연결해 300t급 엔진을 만드는 것이다. 300t급 엔진을 개발하는 것보다 여러 개 엔진을 연결해 쓰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체 때는 200t급 엔진 1기를 사용했다. 엔진 4기를 한 몸처럼 묶는 것 역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력으로 끌어내 300t급의 추진력을 구현했다"고 했다.

누리호는 1단 로켓 위에 같은 엔진 1기를 붙여 2단 발사체를 만들었고, 마지막까지 위성을 싣고 올라가는 3단 발사체는 7t급으로 구성했다. 누리호는 아리랑 위성 같은 1.5t 무게의 인공위성을 우리 힘으로 쏘아 올리기 위해 개발됐다. 내년부터 가벼운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우선 활용된다. 2026년까지 수십㎏ 무게의 초소형위성·소형위성 7기와 약 500㎏ 무게의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실어 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