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74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 첫날인 지난 27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병원에서 시민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한 후 이상 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할 무기로 개발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들이 온·오프라인으로 퍼지면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소위 '백신 포비아(공포증)'가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변한다'거나 '백신 접종을 한 노인이 치매에 걸리기 쉽다' '백신을 접종하면 좀비처럼 변한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들이 백신 포비아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3월 인천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 칩이 들어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길에다 붙인 60대 여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31일 의료계 전문가 8명과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코로나19 백신 정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통한 위험보다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 잘못된 정보들이 부른 백신 포비아를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국민에게 막연하게 백신 접종을 권유할 것만이 아니라 과학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가 기대하는 목표치(80%)보다 낮다. 특히 고령층 예약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60∼74세 어르신의 사전 예약률은 64.5%다. 연령대별로 보면 70∼74세의 사전 예약률이 71.7%를 기록해 전날(70.1%)보다 소폭 올랐다. 65∼69세의 예약률은 67.4%, 60∼64세는 58.4% 등을 기록해 절반 수준은 넘은 상황이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고령층 예약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대구(56.9%), 경북(59.9%) 역시 1차 접종률이 아직 50%대에 불과하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고자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시립창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화이자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유전자를 바꾼다?

코로나19 백신이 인간 유전자(DNA)에 변화를 준다는 괴담이 한때 온·오프라인을 달궜다.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인 방송 미디어 플랫폼에서 "코로나 백신은 인간 유전자를 변화시킨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30대 A씨를 입건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도 mRNA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변형되면서 '인간'이 아닌 자녀를 낳게 된다는 내용의 해외 동영상도 올라왔다. 질병청, 식약처 의료계 전문가들은 "백신의 유전물질인 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는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대표적인 RNA 백신이다. 가장 화제가 되는 이 두 RNA 백신 모두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몸에 직접 주입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S단백질을 통해 호흡기 세포와 결합하고 세포 내로 들어간다. 두 백신 모두 S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가 RNA 형태로 들어있다. 백신 주사를 맞게 되면 이 유전정보가 체내 세포에 유입되고 여러 과정을 거쳐 S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S단백질과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서로 반응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된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 유전정보는 세포의 핵 안에 DNA의 형태로 존재한다"면서 "RNA 백신에 의해 주입된 RNA는 세포핵 밖의 세포질에서 작용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백신 RNA는 사람 DNA가 들어있는 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며 S단백질을 생성한 후 우리 세포가 백신의 RNA를 제거시키기 때문에 백신의 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백신이 노인의 치매를 더 촉발하는가

한때 유튜브에서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달리 푸린이란 효소가 있어 치매를 일으킨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특히 이 영상은 노년층에게 관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등 백신 관련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물 52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삭제 및 접근 차단을 요청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잘못된 사실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오히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경우 얻는 위험이, 이득보다 높으므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백신이 치매를 유발하려면 뇌와 신경세포 등에 영향을 만성적으로 줘야 한다"면서 "기전상으로 볼 때 백신이 그 정도의 능력이 있지 않으며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어떤 백신도 치매와 관련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화이자 백신은 무조건 더 안전하고, AZ는 위험한 백신인가

국내에 도입된 백신 5종 중 현재 많은 물량을 차지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여전히 '혈전 부작용' 논란 속에 있다. 접종 후 희소 혈전증 사례가 드물게 나오면서, 일부 국가에서 특정 연령대에 대해선 접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확진될 경우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은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전 세계 130개국 이상, 화이자 백신은 80개국 이상에서 접종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드물지만 희귀 혈전증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영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3300만명 중 309명에게서 혈전증이 발견돼 이 중 56명이 사망했다.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선 60대 이하 젊은 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연령별 제한이 생겼다. 현재까지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으로 우려되는 희귀혈전증의 경우 10만명당 1명 정도 나타난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조기 발견 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발생한 사례가 없고 대부분 발생을 하더라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혈전증만 놓고 보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물을 복용한 뒤 혈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100만명당 1000건 정도라는 게 방역 당국 설명이다.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저마다 아주 드문 중증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빈도는 우리가 이미 안전하게 사용하는 대부분 약제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접종자 사망률도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접종자 10만명 당 사망 신고율은 아스트라제네카가 2.62건, 화이자가 2.71건으로 오히려 화이자가 많다. 박완범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첫 번째 접종보다 두 번째 접종 시 부작용이 더 심한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첫 번째 접종을 할 때보다 두 번째 접종할 때 부작용이 더 가볍다"고 했다.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에 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4만명 이상 대규모 임상시험이 단일한 프로토콜로 체계적으로 잘 이뤄졌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각각 조금씩 다른 4개 임상시험을 묶어 중간결과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고령층도 적게 포함됐고, 두 차례의 투여 간격도 제각각이며 용량도 의도적이지 않게 적게 투여된 군이 있었다. 그 결과 백신 효능이 들쑥날쑥하고 일관적이지 못해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후속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최근 연구진은 두 번 맞는 백신의 투여 간격이 멀수록 효과가 더 좋다고 발표했다. 박완범 교수는 이를 두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6주 간격보다는 12주 간격으로 투여했을 때 백신 효과가 82%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백신이 증상이 없는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최근 연구에서 백신을 맞으면 감염되더라도 바이러스 배출량과 배출기간을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 결과는 이 백신이 환자 발생을 줄일 뿐 아니라 감염의 전파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 인정 및 보상이 정말로 가능한지 의구심이 듭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 전문가 "정부 과학 기반 사실 전달에 힘쓰고, 부작용 피해 보상도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보다 과학에 기반한 근거 자료를 통해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동시에 정부가 백신으로 인한 유사 부작용 등이 발생했을 때도 보상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인제대 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례로 백신 부작용 논란을 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막연하게가 아닌 과학적 기반 정보를 공개해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보다 다양한 분야 의료계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백신 관련 부작용 정보도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예방접종 예약률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백신 인센티브 적용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인센티브제보다 중요한 것은 이상반응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 및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에서 현재까지 198건(사망사례 97건, 중증사례 101건)을 심의한 가운데 백신과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을 겪더라도 인과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만을 탓할 것은 아니다"라면서 "설사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률과 합병증이 극히 낮다 하더라도, 정부가 소통을 통해 '백신이 안전하지 않을 경우'에도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등을 위한 국가 보상 확대 등 대책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아도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