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하버드스퀘어 전경. 지난 23일(현지시각)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거닐고 있다. /AP 연합뉴스

#5월 23일(현지시간) 캠브리지의 하버드 스퀘어 광장에는 사람들이 운집했다. 거리를 걷는 시민들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오는 29일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찰리 베이커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는 30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한 영업제한 조치 등을 모두 해제할 방침도 밝혔다.

#코로나 19 사태로 문을 닫았던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지난 19일 개장했다. 면적 8㎡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했지만, 1년여만의 재개장에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미국, 영국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뒤처졌던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지난 4월 이후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일상을 되찾고 있다.

◇ 美·英 일상으로 돌아가는 백신 모범국들

미국과 영국 등 백신 모범국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미국은 18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두 차례 백신 접종을 한 인구는 32%에 이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백신접종자의 경우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뉴욕을 포함한 대부분 주정부와 대도시들은 공공·상업 시설을 100% 재개장했고, 민간 기업은 정상 출근한다. 일부 학교는 수영장을 열었고, 오는 9월 가을학기부터는 미국 전역 학교에서 대면 등교가 전면화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인구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달성할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6.4%로 전망한다.

백신 접종률이 72.5%인 영국도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3월 8일 이후 초·중·고 학생들은 매일 등교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초 일일확진자수가 5만~6만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2000명대로 급감했다.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1%로 유로존(3.9%)을 크게 앞지를 전망(OECD 기준)이다. 백신 접종률이 63%인 이스라엘은 당장 다음 달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방역 지침을 없앨 예정이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은 9.9%다.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 기준이다. 한국의 접종률은 7.4%로 코로나 불황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있는 선진국은 물론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친다.

◇ 백신 불안감에 좀처럼 오르지 않는 한국 접종률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올해 초까지 백신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우리의 주력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로 국민적 불안감이 컸던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 AZ 백신에 대한 예약률(접종 대상 60~74세)은 58%에 머문다. 60~74세의 백신 접종 예약 기간이 오는 3일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혈전증의 경우 60세 이상은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그런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백신을 접종해서 일상을 회복할 때 경제적 이익이 훨씬 크다”며 “하루라도 빨리 맞는 것이 나와 내 이웃을 위해 낫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국내외 연구에서 60세 이상에 대해서는 혈전증과 관련해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접종자 10만명 당 사망 신고율은 AZ 2.62건, 화이자 2.71건으로 오히려 화이자가 많다.

아워월드인데이터/조선DB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접종자 10만~20만명에 한명꼴로 혈소판감소성혈전증이 발생하는데,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그 보다도 훨씬 적게 발생했다”며 “백신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의학·과학적 연구를 믿고 접종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했다. 백신 접종에 따른 국소적인 부작용은 다른 백신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 접종자는 7월부터 ‘노마스크’…인센티브 발표한 정부

정부는 지난 26일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인 인센티브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았다면 당장 6월 1일부터 1차 접종자는 직계 가족 모임 인원(8인) 집계에서 예외가 인정된다. 7월 1일부터는 공원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백신 접종자에게 6월부터 국립공원·생태원·공연장 이용료를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혜택도 주기로 했다.

정부가 이런 인센티브를 공개한 것은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백신의 효과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백신 접종이 더딘 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브라질은 뒤늦게 중국산 백신을 도입했지만 현재 접종 완료율은 9%대에 불과하다. 남미에서 부국으로 통하던 브라질 경제는 초토화됐다.

정부 제공/조선DB

한국과 함께 모범 방역 사례로 뽑혔던 대만은 백신 수급 부족으로 최근 한 달(25일까지) 확진자 숫자는 4327명으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 확진자 숫자(1129명)의 4배에 이른다. 대만의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1%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 전문가 “인센티브도 좋지만 불안감 줄이는 노력해야”

다만 정부의 이런 인센티브 제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 부회장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면) 정부는 ‘백신 인센티브’를 발표하기 보다 국민들에게 백신 불안감을 줄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마 부회장은 “사회지도층 인사와 전문가들이 먼저 나서서 백신을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국이 전문가들에게 역할을 맡겨 과학적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미신 등으로 주민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 풍토병이 만연하고, 이로 인해 경제가 발전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황열’과 같은 전염병은 백신만 맞으면 30일 안에 99%의 확률로 평생 면역이 생기지만, 아프리카에선 이 백신을 맞지 않아 한 해 수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지난 2002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아시아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사스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500억달러(약 55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이 가능해진 27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에서 한 시민이 네이버 앱을 이용해 예약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 앱에서는 서울 중구 인근 병원에는 잔여 백신이 없는 걸로 조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