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한국이 의약품 생산, 제조 기술 및 품질에서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입증됐다. 현재 러시아 백신 생산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9월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한국에서 전 세계로 수출된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토탈 헬스케어 기업’을 지향하며, 매년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맞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기업을 꼽으라면 휴온스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휴온스그룹 시초는 1965년 설립된 ‘광명약품’이다. 이후 반세기를 거쳐 사명이 변경됐고 코스닥시장 상장, 지주사 전환, 인수합병(M&A) 등을 거쳐 휴온스그룹이 됐다. 휴온스그룹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제약 사업을 영위하는 휴온스와 에스테틱(미용) 전문 기업 휴메딕스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휴온스그룹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휴온스그룹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은 2020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5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16% 증가했다. 지난 2019년 매출 449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매출 5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올해 주목되는 사업 부문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이다. 휴온스글로벌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보란파마, 휴메딕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RDIF)와 백신 완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예방 백신으로 승인을 받았다. 이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이다.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의 구체적 일정도 확정됐다. 회사는 오는 9월부터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Sputnik V)’ 본격 출하에 나설 예정이다. 6월 스푸트니크V CMO를 위해 기술 이전을 도울 러시아 기술진이 내한한다. 다음 달 백신 생산을 위한 배양기 설치 등 장비를 도입해 8월에는 상업생산 전 막바지 단계인 밸리데이션(특정 공정이 품질 요소를 만족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는지 보증하는 단계)을 진행한다. 8월엔 3000만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부회장은 “내년 초부터는 월 1억도즈 백신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수출용 백신 생산에 나설 것”이라면서 “컨소시엄을 통해 생산되는 백신은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한 전 세계 60여개국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온스는 글로벌 CMO 사업 강화를 위해 공장 증설과 라인 재배치도 진행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우리나라 의약품 생산, 제조 기술 및 품질은 세계적 수준이다”라면서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그룹 강점인 주사제, 점안제 사업 확대를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공장 준공에는 총 사업비 약 400억원이 투입된다. 부지 1만8142㎡에 연면적 1만2633㎡ 규모의 생산동과 물류센터가 건설된다. 2022년 1월 완공될 예정이다. 한국우수제약품 제조·관리기준(KGMP) 인증을 받아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생산동에는 총 7개의 점안제(모노도스, 멀티도스) 생산 라인이 구축된다. 이 중 3개 라인은 최첨단 설비를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1공장(옛 휴온스 제천공장)의 점안제 생산라인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2공장의 점안제 연간 생산능력은 제1공장의 3억관에서 60% 늘어난 4.8억관이다. 이는 점안제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업 중 국내 최대 규모다.
휴온스는 지난해 중국 ‘헬스-미우미우’와 350억원 규모의 ‘리도카인에피네프린주사제’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윤 부회장은 “중국 최초 리도카인 복합제이자 선호도가 높은 카트리지 제형으로 중국 치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이라고 말했다. 현지 허가는 2022년을 예상한다.
휴온스글로벌(084110)은 M&A를 통해 성장했다. 오너 2세인 윤성태 부회장의 공격적 사업 다각화가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제약사로서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에 주력하는 것은 기본이다”라면서도 “하지만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의료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휴온스, 휴메딕스도 수출에 타격을 입었고, 병원 방문이 줄면서 국내 영업도 녹록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룹 중심을 잡던 휴온스 제약 사업과 휴메딕스의 에스테틱 사업 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휴온스그룹은 휴온스와 휴메딕스 등 기존 사업에만 함몰되기 보다 팬데믹 위기를 돌파할 신사업을 각 방역용품과 진단키트에서 찾아냈고, 이는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 일례로 휴온스는 지난해 국내 마스크 수급이 안정 궤도에 오르자,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PPE)의 수출을 타진, 미국 워싱턴 주정부와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미국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방역용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찾던 중 그룹의 미국 현지 법인 ‘휴온스USA’와 연락이 닿으며 계약까지 이어졌다. 휴메딕스는 이탈리아, 프랑스, 콜롬비아 등에 코로나19 항원·항체 진단키트를 수출했고 러시아에서는 잭팟을 터트렸다. 휴메딕스는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의 러시아 긴급승인을 받아냈고, 승인 직후에는 초도 물량 10만개를, 한 달이 지나서는 누적 주문 건수가 초도 물량의 10배인 100만개를 넘어섰다.
올해 사업 계획을 묻자, 윤 부회장은 “심장질환, 간질환치료제 등 혁신 신약 개발은 물론 건기식 사업 강화와 보툴리눔 톡신, 의료기기 사업, 러시아 백신 위탁생산 사업 등에 집중해 불확실한 대외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도 가파른 매출 성장 곡선을 이어나가겠다”고 답했다.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휴온스그룹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회사가 있다. 올해는 휴온스메디케어와 휴온스바이오파마 2곳의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감염예방·멸균관리 솔루션 제공 기업인 휴온스메디케어(옛 휴니즈)는 2010년 휴온스그룹에 합류했다. 윤 부회장은 ”다가올 미래 시대에 변종 바이러스, 감염병 등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룹 미래 성장을 책임질 전략적 자회사로 키우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독제 등을 생산하던 휴온스메디케어는 소독기, 멸균기 회사 사업부문을 양수하며 덩치를 키웠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독제와 소독기를 모두 생산, 유통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났다. 그 결과 감염예방 및 멸균관리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모했다. 휴온스메디케어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지난해 소독제 수출이 급증했고, 소독기와 멸균기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389억원), 영업이익(7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휴온스그룹 대표 바이오의약품인 ‘보툴리눔 톡신(리즈톡스·휴톡스)’ 사업 강화와 연구 확대를 위해 독립법인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설립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휴온스글로벌이 주도하던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신설 법인이다. 회사는 보툴리눔 톡신 휴톡스의 글로벌 진출 지원, 내성 발현을 줄인 보툴리눔 톡신 ‘HU-045’ 국내 임상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에스테틱 분야 바이오 신약 개발도 매진한다. 윤 부회장은 “휴온스바이오파마는 4차 산업 시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과 그룹 전반의 미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바이오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인재들의 움직임에서도 나타난다. 윤 부회장은 “한때 우수 인재들이 의대, 약대에만 몰린다는 우려가 컸다”면서 “지금은 최고 인재들이 의사, 약사로서 기업체, 연구소 등에 속속 합류하면서 제약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제약바이오 산업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윤 부회장은 “국민 의료보험 체제로 제약산업은 여전히 규제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이제는 제약바이오산업을 규제보다는 성장산업으로 보고 정부가 정책 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의 해외 제약사 관계자를 만나보면 K바이오를 보는 글로벌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며 “정부도 국내 제약산업의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아낌 없는 지원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휴온스그룹은 오는 8월쯤 입주 예정인 판교 신사옥(경기도 성남시 판교창초경제밸리)에 사진작가 겸 회화 작가 권두현 작가와 아트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인다. 윤 부회장은 “권두현 작가는 치유라는 주제와 심상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발전해 온 작가다”라면서 “우리도 신사옥 입주를 통해 제약사 본연의 목적인 질병으로부터의 치료와 같은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치유라는 보다 폭넓은 가치를 추구해 이러한 내면적 성장을 통해 회사의 사회적 의무와 가치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