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분과 폐렴구균 백신 후보인 ’20vPnC(20가 폐렴구균 백신)’를 함께 접종하는 임상시험에 돌입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코로나19 확진과 폐렴구균 감염이 동시에 발생하면 인체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서 2차 감염이 쉽고 사망률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임상시험의 목적은 두 가지 백신을 동시에 맞았을 때 안전성을 살피고, 코로나19 백신에 폐렴구균 백신을 추가했을 때의 면역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연쇄구균 박테리아로 인해 생기는 질환을 막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시험 대상자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참여했고, 최소 6개월 전 2차분을 접종한 65세 이상의 고령자 600명으로, 이들은 세 그룹으로 무작위 분류돼 임상시험을 받는다. 코로나19 백신 3차 부스터샷과 폐렴구균 백신 후보를 함께 맞는 그룹과 폐렴구균 백신후보와 위약, 또는 코로나19 3차 부스터샷과 위약을 맞는 그룹으로 나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백신과 접종하지 말라고 권고해 왔으나, 최근 다른 백신과 동시에, 또는 같은 날 접종해도 괜찮다고 권고를 변경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폐렴구균이 동시에 감염될 경우,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사망 위험도 높다는 연구도 나왔다.
‘코로나19 동시 및 2차 감염’이 보고된 14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환자의 절반 가량이 2차 감염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렴구균과 코로나19 동시 감염률은 59.5%로 호흡기 병원체 동시 감염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침습성 페렴구균 질환은 고령자 등에게 치명적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폐렴구균 폐렴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23%에 달한다.
영국에서 2020년 2월부터 6월까지 코로나19 확진자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병 경향을 연관해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과 코로나19에 함께 감염되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에만 걸렸을 때보다 사망 위험률이 7.8배 높았다.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에 걸렸다가 일정 기간(3~27일)이 지난 후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사망 위험이 3.9배 높았다.
대한감염학회는 성인 대상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통해, 연령·접종력·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폐렴구균 백신의 접종 여부 및 접종 스케쥴을 달리 권고하고 있다.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 18세에서 64세 만성 질환자 등은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학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13가 단백접합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 받은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코로나19 감염과 입원, 감염 시 사망률이 3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자가 있는 경우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꺼리기보다 의료진과의 상담 하에 적절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대한감염학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폐렴구균 접종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이로 인한 폐렴구균 질환 발생 비율이 다른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면서도 “질병이 한 번 발생해서 치료하는 것보다는 백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더 비용적인 면에서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고령자 등 폐렴 위험 대상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뿐 아니라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