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최근 '화이자 백신'을 만드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잡고 코로나19 백신을 만들 계획을 밝혔고, 일본도 자국 제약사가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사도 mRNA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해 해외 제약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제약사인 푸싱제약은 중국에 백신 생산공장을 만들어 화이자 백신을 생산하고, 바이오엔테크는 mRNA 백신 기술을 중국 제약사에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이번 계약을 통해 백신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mRNA 백신을 개발 생산한 나라는 미국과 독일 뿐이다. 중국 제약사가 백신 공장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화이자 백신 기술을 이전받게 되면, 중국은 미국, 독일에 이어 mRNA백신을 개발 생산하는 나라가 된다.
한국 정부도 지난 10일 국내 제약사가 해외 제약사와 mRNA 백신 국내 생산을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mRNA 백신 국내 생산을 위해 국내 제약사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해외 제약사로는 모더나가 꼽힌다. 모더나는 최근 한국과 일본, 호주에 자회사 직원 채용 공고를 낸 상태다. 모더나가 국내 제약사와 협의를 한다는 것까지는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이 협의가 위탁생산(CMO)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공장 인수를 통한 직접 생산일지, 나아가 기술 이전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모더나 자회사 설립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한국이 '백신 생산 허브' 기능을 할 것으로만 전망했다. 그러나 푸싱제약이 바이오엔테크와 백신 생산 합작회사 설립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도 모더나와 협의에서 'mRNA 백신 기술 이전'까지 이끌어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mRNA 백신은 항원 유전자를 mRNA 형태로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첫 상용화된 최신 기술인데, 변이된 염기서열만 교체하면 신속하게 항체를 유도할 수 있어서,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수월하다. 최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는 것에 대비하려면 mRNA백 신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 제2부본부장도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mRNA백신 플랫폼은 암 등 감염병 외의 다른 만성병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술이기에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중국처럼 mRNA 백신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까지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에서 녹십자 등 독감 백신 등을 개발하는 제약사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백신 후발주자로 통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해본 경험이 없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모더나의 '니즈'를 충족시킬 설비와 역량을 가진 국내 기업이 있는지는 의문이다"라고도 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이 이번 기회에 백신 분야에서 새롭게 가능성을 찾으려면, 모더나를 포함한 해외 제약사의 힘을 빌려서라도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mRNA 백신 통제권을 제대로 쥐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mRNA 기술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알게 된 만큼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모더나 백신 생산 기지 유치는) 할까 말까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다이이찌산쿄가 mRNA 백신을 개발 중인데, 올해 안에는 초기 단계 임상시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안제스, 시오노기제약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는 노바백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올해 하반기부터 연간 2억5000만회분(1억2500만명분)을 공급할 예정이다.
노바백스의 코로나 백신은 mRNA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합성항원 백신으로 냉장고 수준에서 보관이 가능해 관심을 모았으나, 이날 미국과 유럽에 허가 승인신청을 3분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다만 mRNA백신이 아닌 코로나 백신을 만들 능력이 있는 나라도 손에 꼽는다. 영국 에어피니티 분석자료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을 제외하면 백신 생산 능력이 있는 나라로 인도,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정도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