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 두 달여가 흐르면서 접종 후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반적인 백신은 바이오 제약사들이 10~20년을 들여 개발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코로나19 백신은 1년도 안 돼 세상에 나왔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과 부작용을 놓고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독감 백신도 접종 후 경미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근육통, 두통, 발열 등이 그것이다.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증상도 마찬가지다. 이 부작용들은 약물(에피네프린)을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보고된 혈전증은 파장이 컸다. 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 생기는 혈액덩어리를 뜻한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피가 흐르지 못하고,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뇌졸중),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혈전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갖게 했다.
혈전증에 의한 사망자가 나오자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지만, ‘백신 접종에 따른 실보다 득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접종은 재개된 상태다. 국내에서 접종을 시작했거나 예정된 코로나19 백신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 백신들의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국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보고된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정리했다.
◇ 아스트라제네카 등 아데노 방식 혈전증 우려 有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됐거나 도입을 추진 중인 주요 백신으로는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얀센·아스트라제네카(AZ) 등 5종류가 꼽힌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영국 백신이고 화이자 등 4종은 미국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제조 방식으로 크게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DNA, 재조합 백신 등으로 나뉜다. 모더나·화이자는 mRNA, AZ·얀센은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노바백스는 재조합(합성항원) 백신에 해당한다.
최근 혈전 부작용 의심 사례가 보고돼 접종이 일시 중단됐던 백신은 한국 정부에서 주력으로 접종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이 4월 초 공개한 자료에서 뇌정맥동 혈전증(뇌의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뇌정맥에 혈전이 발생)은 100만명 백신 접종당 5건, 내장정맥 혈전증은 1.5건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혈전 의심 사례는 얀센 백신 접종자 중에서도 나왔다. 해외에서 798만건 얀센 백신접종 후 총 15건의 혈전증 부작용이 확인됐다. 두 백신은 제조방식이 같다. 침팬지에서 유래된 아데노 바이러스를 코로나 항원 전달체로 쓴다. 항원 유전자를 아데노 바이러스에 넣어 몸 안에 주사하고, 이것이 항원단백질을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데노 벡터를 혈전증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혈소판을 공격하는 성향이 있다.
◇ 화이자 모더나 혈전증 부작용 보고 없지만, 맹신 금물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아직 혈전증 부작용이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mRNA 방식으로, 새로운 백신 개발 방식이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항원을 생성하는 정보가 담긴 ‘mRNA’를 체내 주입하는 원리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상용화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개발 상용 초기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미국은 백신부작용신고시스템(VAERS)을 통해 부작용을 살피고 있지만, 지난달까지 접종한 화이자 백신 9790만건 가운데 0건, 모더나 백신 8470만건 가운데 3건이 보고됐다. 보고된 3건 가운데 혈소판 감소증은 없었다고 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부작용 신고 접수는 다른 백신에 비해 현저히 낮기는 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운영하는 VAERS에서 지난달 23일까지 신고된 부작용 의심사례에서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4만6102건, 4만8646건이었고, 얀센은 2만5158건이다. 미국이 화이자와 모더나를 주력으로 접종하는 것을 고려하면 얀센 백신 부작용 신고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 신고율을 토대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에 비해 특별히 더 안전하다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혈전’이라는 것은 단순히 백신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을 꼬집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혈전은 담배를 피우거나 피임약 등 약물을 복용할 때, 심장질환이나 부정맥 등 질환이 있을 때도 잘 생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부교수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커진 것을 두고 페이스북에 “(언론이) mRNA 백신(화이자 모더나) 말고는 쓰레기 취급을 했다”며 “백신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물어보았어도 이런 기사는 못 썼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곧 출시되는 노바백스(재조합 백신 계열)의 경우 3상 연구에서 효과가 96%로 나타나는 등 mRNA 백신만큼, 혹은 그 이상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성 비교는 힘들다고 본다. 영국 정부나 미국 CDC는 보고서를 통해 ‘부작용 신고 접수 통계를 참고 자료로 쓸 수는 있겠지만, 이를 통해 안전성을 비교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현시점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특별히 더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단 것이다. mRNA, 바이러스백터, 재조합 백신 등을 직접 비교한 연구 결과가 아직 없기도 하다.
◇ 백신 접종 71일째, 신고된 이상반응 1만8871건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접종 71일째인 지난 7일 0시까지 접수 신고된 이상반응 사례는 모두 1만8871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사망 신고는 92명이며, 사망자 가운데 50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고, 42명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과 사망 사고 사이에 인과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는 185건으로 나타났다.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185건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49건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발생했다. 중환자실 입원·영구장애 및 후유증 등이 포함된 주요 이상반응 사례는 403건이 접수됐다. 이 중 257건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46건은 화이자 백신 접종자였다.
나머지 1만8191건은 예방접종 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접종부위 발적, 통증, 부기, 근육통, 두통, 발열, 오한 등 경증 사례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되어 신고된 증상은 모두 정상적인 면역형성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대부분 3일 이내 특별한 처치 없이도 사라진다”고 했다.
현재 백신 접종 후 혹시 이상반응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15~30분간 관찰실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다. 접종 시설을 벗어난 후, 예방 접종 부위에서 통증과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깨끗한 수건을 차갑게 적셔 해당 부위에 덮는 게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발열, 오한 등 일반적인 부작용이 보일 경우 물을 충분히 마시고 겉옷을 벗는 등 체온 조절을 권한다. 항히스타민제나 진통제를 복용해도 좋다. 다만, 체온이 39도 이상 오르거나 두드러기, 발진, 얼굴이나 손바닥에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의료기관 방문해 진료받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