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인구 70%가 백신을 접종해도 집단면역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면역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문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우선 인구의 접종률을 현재 목표치인 70%보다 높은 80~90%로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상반기 물량 대부분을 차지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 동의율은 초기 90%에서 최근 60%대로 낮아져, 정부의 접종률 목표 달성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 전파력 예측보다 강해…변이 확산도 변수
4일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집단면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돼도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하로 유지돼 신규 확진자 규모가 더 늘지 않는 상태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이 새로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월 "처음에 80% 접종률을 얘기했을 때는 (감염)재생산지수 2를 포함했을 때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일단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할 때 감염재생산지수가 2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방역당국의 판단대로 바이러스 확산으로 감염재생산지수가 2까지 높아질 경우, 절반인 1로 낮추기 위해서는 인구의 절반이 면역을 갖춰야 한다. 백신의 예방 효과를 80% 정도로 보면 인구 70%가 접종해야 인구의 절반인 56%(80%x70%)가 면역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가 오는 11월까지 접종률 70%를 달성하겠다고 목표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대유행 국면의 감염재생산지수가 2가 아닌 3~4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세 차례 대유행 당시 감염재생산지수는 최대 3.5였다. 이 설명대로라면 면역을 갖춰야 하는 인구 비율은 50%가 아니라 67~75%로 높아지고, 접종률 목표치는 70%에서 80~90%로 상향돼야 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파력이 기존의 1.7배인)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 확산까지 고려하면 감염재생산지수를 3.5~4 정도로 잡아야 한다"며 "이 경우 면역을 갖춰야 하는 인구 비율은 75%이고, 백신의 예방 효과를 90%로 긍정적으로 가정해도 국민의 85%가 접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 청소년·영유아 제외 대부분 국민 접종해야…동의율은 점점 하락
국민의 85%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면 국내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16세 미만 청소년, 영유아를 제외하고 남은 인구 87%가 거의 전부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반기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접종 동의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요양병원 입소자·종사자와 의료기관 종사자의 80~90%가 이 백신 접종에 동의했지만, 지난달엔 보건의료인 61%, 특수교육·보건교사 67%, 장애인 등 돌봄종사자·항공승무원 71%만이 동의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백신을 접종한 의료인, 사회필수인력 등 300만여명은 사실상 비자발적으로 접종받았지만, 앞으로 일반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접종받도록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의 접종 동의율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며 "AZ 백신보다는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국민 신뢰도가 더 높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위주로 접종해야 접종률 달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서도 낙관론 vs 비관론 이견
집단면역 달성 가능성을 두고 해외에서도 전문가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집단면역 달성이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감염재생산지수가 높아져, 필요한 접종률도 80%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하게 미국인의 30%가 접종을 꺼리고 있어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미 집단면역에 근접한 사례가 나오면서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 약 930만명 중 54%인 500만명이 이날까지 백신 2회차 접종까지 마쳤고, 공식적으로만 인구 10%인 약 83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돼 면역을 얻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달부터 실외에서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데일 피셔 싱가포르 국립의대 교수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집단면역은 코로나19를 종식하려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를 막으려는 것이다"라며 "(이런 의미의 집단면역은)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