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는 글로벌 빅테크와 삼성, SK, LG 등 대기업만이 아닌 국내 스타트업의 활약도 빛났다.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기업 134개사 중 벤처·창업기업은 116개사로 2023년 기록(111개사)을 넘었다. 업력 7년 이내 창업 기업(스타트업)만 97곳에 달하고, 가장 큰 영예로 불리는 ‘최고혁신상’도 7개 기업이 받았다.
CES가 열리는 또다른 장소 베네시안 엑스포 유레카파크에서 미래의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할 국내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봤다.
먼저 찾은 곳은 ‘브이터치’다. AI와 언제 어디서든 음성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반지 ‘위스퍼링’과 빛의 간섭을 이용해 허공에 띄운 리얼 홀로그램 영상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인 ‘홀로버튼’으로 혁신상을 4개 수상했다.
이름처럼 반지 형태의 위스퍼링은 챗GPT와 같은 AI와의 대화를 키보드가 아닌 음성으로 실외, 이동 중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운동 시 활용할 수 있는 앱과 연동하거나 오픈AI의 GPT 스토어에서 AI 상담 챗봇을 만드는 데 활용도 가능하다. 36시간 지속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브이터치는 7년 전부터 이 제품을 준비해왔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개발 및 제품화를 본격화했다.
김석중 공동대표는 “위스퍼링은 크게 말하지 않고 속삭여도 명령을 잘 인식해 챗GPT의 답변까지 들을 수 있게 해준다”며 “AI가 똑똑해지면서 위스퍼링의 활용성도 빛을 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크립토는 공개 블록체인을 적용한 ‘지케이보팅(zkVoting) 시스템’으로 2년 연속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휴대전화로 받은 인증번호를 기표소 내 기기에 입력한 뒤 투표하는 방식이다. 투표 결과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돼 해킹 우려 등으로부터 자유롭다.
영지식증명은 블록체인 환경에서 상대방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실제 시연에서 느낀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 투표 직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사람이 수기로 일일이 개표할 필요가 없고 빠르게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다.
김지혜 지크립토 최고기술이사는 “지케이보팅 시스템이 국내 선거에 적용돼 개표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아이돌 투표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한 만큼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업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셀리코는 스마트AR 안경 ‘아이케인(Eyecane)’을 개발해 혁신상 3개를 수상했다. 이 안경은 황반변성증 등 초중기 망막 질환자를 위한 맞춤형 제품이다. 시각장애 말기 질환자를 위한 ‘전자눈’을 개발하던 중 90% 비중을 차지하는 초중기 환자들을 위한 스마트 안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12월 개발을 완료했다.
고해상도 카메라로 이미지를 촬영한 후 보이지 않는 부분을 시야 내에 있는 바깥 영역에 디스플레이 해 환자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날 부스에서 만난 셀리코 관계자는 “병원에서 의사의 진단을 통해 환자가 구매하는 형태의 B2B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개당 가격을 3000달러(395만원)로 예상하고 있지만, 판매처 확대로 양산이 확대되면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레카파크 KAIST관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부스에 혁신상 트로피가 눈에 띈다. ‘CXL 탑재 AI 가속기’로 혁신상을 수상한 CXL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파네시아다.
이 AI 가속기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CXL 기술을 바탕으로 무한에 가까운 메모리 자원을 제공해, 대규모 AI 서비스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존 SSD를 활용해 대규모 AI를 처리하는 방법에 비해 약 101배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파네시아 직원은 AI 기반 이미지 검색을 통해 제품의 성능을 시연했다. 이미지 검색을 실행하자 기존 시스템이 느리게 이미지를 찾아내고 있었던 반면, CXL 탑재 AI 가속기는 순식간에 검색을 완료했다.
파네시아 관계자는 “CXL 연결이 제공하는 무한한 메모리가 AI 서비스의 처리 가능한 데이터의 양과 처리 속도를 대폭 증가시켜 정확도와 품질을 높인다”며 “기존 AI 가속기가 제한된 메모리 용량으로 인해 제한된 크기의 데이터만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IT조선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