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호주에서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여론이 처음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 시각)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발표한 2026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그쳤다.
로위연구소는 2005년부터 매년 이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조사 결과는 호주인의 대외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평가 받는다. 특히 호주 수도 캔버라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도 결과를 면밀히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낮아졌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31%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하락하며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문제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21%에 불과했다.
마이클 풀릴러브 로위연구소 소장은 "호주인들은 트럼프의 미국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호주인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역시 지난해보다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8%포인트 상승한 28%로 집계됐다. 2022년 조사에서 미국 신뢰도가 65%, 중국 신뢰도가 12%였던 점을 고려하면 호주인의 대외 인식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외 신뢰도는 주요 동맹국을 중심으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편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전통적 동맹 관계에서는 보기 드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신뢰 약화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유럽외교협회(ECFR)가 유럽 15개국 성인 1만94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을 동맹국으로 본다는 응답은 평균 11%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조사와 비교하면 불과 반년 만에 대미 신뢰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당시 영국 가디언은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지역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 유럽 미군 기지 철수 공언, 그리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또한 유럽의 실용주의적 태도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