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위 자판기 사업자인 산토리음료식품(산토리)이 애니메이션·아이돌 팬덤을 겨냥한 맞춤형 굿즈(팬용 상품) 자판기를 선보이며 침체한 자판기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현재 산토리는 일본 전역에서 약 34만 대의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1위는 코카콜라다.

산토리 자판기./산토리 제공

21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산토리는 최근 도쿄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공연, 스포츠 경기, 애니메이션·음악 관련 행사 이미지를 즉석에서 아크릴 카드로 제작해 주는 '태그라이브(Tag-Live!) 카드' 자판기를 공개했다.

'태그라이브(Tag-Live!) 카드' 자판기는 이용자가 올린 이미지를 현장에서 곧바로 아크릴 카드 형태로 출력해 준다. 카드 한 장 가격은 1500엔(약 1만4000원)이다. 주문 즉시 제작하는 방식인 만큼 별도의 재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고 배송 비용도 들지 않는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산토리는 수요 예측이 어려운 팬덤 굿즈 시장의 특성에 주목했다. 특정 아이돌의 생일이나 애니메이션 이벤트처럼 유행 주기가 짧은 상품은 재고 부담이 크지만, 현장 출력 방식은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오는 7월부터 인기 애니메이션 '뱅드림'과 협업해 삿포로와 후쿠오카 등 일본 9개 상업시설에서 자판기 14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2027년까지 설치 규모를 25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토리는 이미 팬덤 소비 시장에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2019년 맞춤형 라벨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했는데, 고객들이 자신의 이름 대신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름을 넣는 경향을 보였다.

산토리는 이후 2023년부터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음료 캔에 맞춤형 라벨을 인쇄해 주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전국 5000개 자판기에서 연간 200개 이상의 콘텐츠 지식재산권(IP)과 협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케이팝 그룹 스트레이키즈와 협업한 한정판 음료는 두 달 동안 21만 캔이 판매됐다. 산토리는 향후 관련 서비스를 1만대 규모로 확대하고, 버튼을 누르면 좋아하는 스타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산토리가 팬덤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이유는 기존 음료 중심의 일본 자판기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판기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음료총연구소(Inryou Souken)에 따르면 일본의 가동 중 자판기 수는 2025년 기준 195만대로 집계됐다. 2013년 대비 약 20% 감소한 수치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상품 보충과 수금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 음료업체 포카삿포로는 자판기 사업 철수를 진행 중이며, 다이도그룹홀딩스는 자판기 2만대를 철거하고 있다. 자판기 한 대당 연간 판매량 역시 1996년 정점 대비 약 60%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