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상하이 쑤이위안테크놀로지(Enflame Technology·燧原科技)가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科创板) 기업공개(IPO) 심사를 통과했다. 중국 AI 반도체 업계 4대 업체 가운데 마지막 상장 주자까지 증시 입성을 눈앞에 두면서 미국 제재에 맞선 중국의 AI 칩 국산화가 보다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17일 블룸버그통신,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쑤이위안은 지난 1월 IPO 신청을 접수해 최근 144일 만에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쑤이위안은 최대 60억위안(약 1조344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는 AI 클라우드용 반도체와 관련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생산 확대 등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쑤이위안커지가 개발한 AI 칩. /바이두 캡처

◇ 中 AI칩 대표주자…텐센트가 키운 국산 GPU

2018년 설립된 쑤이위안은 중국 AI 클라우드 반도체 분야의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AMD 출신 반도체 전문가인 자오리둥 최고경영자(CEO)와 장야린 공동창업자가 설립했다. 두 창업자는 AMD 상하이 연구개발(R&D)센터에서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을 이끌었다.

이들은 AMD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국산 AI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자체 개발한 AI 칩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총 5종의 AI 칩을 출시했으며, 주로 데이터센터와 생성형 AI 서비스에 활용되는 고성능 연산용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쑤이위안은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대기업 텐센트(Tencent·腾讯)의 AI 칩 파트너이기도 하다. 텐센트는 쑤이위안 지분 약 20%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자 최대 고객으로, 자사 AI·클라우드·서버 생태계를 뒷받침할 국산 칩을 확보하기 위해 쑤이위안을 지원해 왔다. 연합조보에 따르면 지난해 쑤이위안 매출 9억9000만위안(약 2219억원) 가운데 약 84%에 해당하는 8억3000만위안(약 1860억원)이 텐센트에서 나왔다.

◇ 4대 업체 모두 증시로…中 AI 굴기 가속

이번 상장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에 맞서 중국이 추진하는 AI 반도체 자립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쑤이위안은 무어스레드(摩尔线程), 비런커지(壁仞科技), 무시(沐曦)와 함께 중국 GPU '4소룡(小龙)'으로 불리며 엔비디아 대체재 개발을 목표로 성장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쑤이위안 로고. /바이두 캡처

앞서 무시는 지난달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무어스레드 역시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며 지난해 12월 상장에 성공했다. 마지막 상장 주자인 쑤이위안까지 증시에 입성할 경우 중국 4대 AI 반도체 기업 모두가 자본시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게 된다. 이들 업체가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경우, 중국 AI 인프라 국산화 움직임도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이들 업체들은 엔비디아와 아직은 수년의 기술 격차가 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평균적으로 학습용 칩은 약 5년, 추론용 칩은 약 3년 정도 차이나며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양산 역량까지 감안하면 격차는 더 크게 체감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 수요 확대로 중국 내에선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맞붙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수익성 개선도 과제다. 쑤이위안은 지난해 12억위안(약 269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는 적자 규모가 줄었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R&D 투자 비중도 최근 3년간 매출 대비 100%를 웃돌 정도로 높아 지속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06억~115억위안(약 2조~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적자는 6억위안(약 1345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