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종전에 합의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사회의 반발이 큰 '통행료' 대신 특정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징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법상 통행료 징수는 불법이지만 일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부과는 허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5일(현지 시각) 이란 파르스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종전 양해각서(MOU) 최종안에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해상 항행 서비스 관리는 이란과 오만이 결정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상 서비스'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은 이란의 수수료 징수 권한을 미국이 공식 인정한 의미라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fee)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이전처럼 "무료(toll-free)"로 개방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란은 통행료 대신 서비스 요금이라는 방식을 내세운 셈이다.
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던 이란은 지난달부터 '서비스 요금' 개념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란 국영 대외매체 프레스TV는 이란이 지정된 항로를 통해 해상 교통을 통제하고 '특수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체계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제공할 특수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항만에서는 폐기물 처리나 항행 지원 등 특정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 같은 인공 수로에서는 연안국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박들은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통행료와 실제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는 법적으로도 성격이 다르다. NYT는 해상법 전문가들을 인용해 "수수료는 특정 상황에서 합법적일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행료 부과는 불법"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제법에는 호르무즈 해협처럼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제 수로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연안국이 통행료나 수수료 명목의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말라카 해협이나 타이완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도 연안국에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이 실제로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해군대학의 제임스 R. 홈스 해양전략학 교수는 "국제법에는 연안국이 천연 수로를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통행료라고 부르든 요금이라고 부르든 본질은 같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천연 수로이며, 내가 알기로 이란이 비용을 청구할 만한 유일한 서비스는 선박을 공격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해군전쟁대학 국제해사법 교수이자 하버드 로스쿨 객원교수인 제임스 크라스카도 NYT에 "이란은 교묘하게 자신들의 제안을 법적 틀 안에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무료였던 수로 통행에 사실상 요금을 부과하면서 이를 '서비스 요금(charges for service)'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피아가 보호비를 요구하는 것과 거의 같다"고 비판했다.
NYT는 만약 이란이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특정 서비스를 명목으로 선박들에 비용을 부과할 경우, 국제 해운 비용과 행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국제 해역의 항행 자유를 훼손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