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잠정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유럽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프랑스 동부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업무 만찬에 주요 회원국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것처럼 이번 주 안에 선박 통항이 완전히 정상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선박들이 이미 출항하기 시작했다"며 "금요일이면 해협이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G7 내부에서는 이란 문제 대응 방안을 둘러싸고 공통된 입장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조차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뢰 제거 작전이나 해상 순찰 임무 참여를 약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실시한 레바논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돼야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계획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실제 해협 정상화까지는 며칠이 아니라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해운업계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조기 정상화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 선주 단체인 발틱국제해운협의회(BIMCO)의 최고안전보안책임자(CSO) 야코브 라르센은 "미국과 이란의 발표는 여전히 불명확하며 일정과 안전 항로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현재도 안보 상황이 불안정하며 지금 선박 운항을 재개하기에는 여전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기뢰 제거 작업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뢰가 설치됐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유럽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기뢰 제거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란과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관련 함정과 인력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이틀린 탈매지 MIT 교수는 "기뢰 제거 작전은 기본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수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란의 공격이 재개될 경우 관련 함정과 인력, 특히 자체 방어 능력이 제한적인 전용 기뢰 제거함은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준비 작업에는 착수한 상태다. 프랑스와 영국은 최종 평화 합의 체결 시 해협 재개방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 수립을 주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5개국 이상이 장비와 인력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는 평화를 위해, 그리고 전 세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공정한 몫의 책임을 분담하고 임무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