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벼랑 끝 대치 속에서 극적인 종전(終戰) 합의에 다가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습을 전격 취소하며 이란 최고지도부가 평화 협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여전히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서명까지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본인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공습 취소 사실을 알리며 종전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방금 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훌륭한 합의를 이뤘다"며 "문서들이 거의 최종 형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 비핵화를 이번 합의의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란이 핵무기를 결코 가지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라며 "그들은 어떠한 형태나 방식으로도 핵무기를 구매하거나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며칠 내로 유럽에서 서명식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 대표로 참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의가 체결되면 글로벌 물류 동맥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도 즉각 해제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 행보는 하루 만에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미군 헬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석유 수출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을 장악하고 맹폭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협상 타결을 이유로 공격을 물리며 특유의 압박 후 타결 전술을 다시 구사했다. 백악관은 합의 문서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관련 당사국들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매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안보 회의 도중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보고서야 합의 임박 사실을 인지했다고 전하며 동맹국 간 사전 교감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역시 미국 측 장밋빛 전망을 일축하며 기싸움을 이어갔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IRNA 통신에 "미국과 협정이 확정됐다는 보도는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다"며 "이란은 아직 어떤 합의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협상 초기부터 문서의 상당 부분이 확정돼 있었지만 오히려 미국이 계속해서 입장을 바꿨다"며 교착 상태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연계 매체인 파르스통신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모순된 발언을 반복해 왔다"며 "공식 발표 전까지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
막후에서는 중재국을 통한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알 타니 카타르 특사와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인 10일 늦은 밤까지 테헤란에서 회동하며 이견 조율에 나섰다. 악시오스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동결 자금 해제 메커니즘 마련, 60일 휴전 기간 내 호르무즈해협 개방 방식, 비핵화 협상 절차 등 3대 핵심 쟁점에서 양측이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관리들은 잠정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는 입장을 주변국에 전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공식 체결될 때까지 해상 봉쇄 작전을 전면 유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실제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1일 이란산 석유를 싣고 통과하려던 유조선에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을 발사해 선박을 무력화시켰다며 강경한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국 정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 전술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클 아이젠슈타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군사안보프로그램 책임자는 폭스뉴스에 "트럼프가 실행하지도 않을 위협을 남발하고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여러 차례 내비쳤기 때문에 이란은 이러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반응할 뿐 더 이상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관성 없는 행보가 자칫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처럼 치명적인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