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했지만, 이란 축구대표팀의 험난한 여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란 대표팀은 아직 월드컵 경기가 치뤄지는 미국에도 제대로 입국하지 못한 상태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이란 본토는 미국의 공습을 계속 받아왔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지난 9일 "최고사령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을 상대로 자위적 성격의 공격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미 육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격추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최종 문안 조율 단계에 들어섰으며, 이번 주말 유럽에서 서명식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측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혀 양국 간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양국의 군사적 대립이 이어지면서 이란 선수단의 월드컵 참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미국이 입국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월드컵 참가 예정이던 국제 심판이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란 대표팀의 비자가 발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다행히 미국은 이란 대표팀의 첫 경기 10일 전인 지난주 선수 전원에게 비자를 발급했다.
그러나 선수단이 비자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9일 "이란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 각각의 하루 전에만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란은 오는 15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질랜드와 첫 경기를 치른 뒤, 21일 같은 장소에서 벨기에와 맞붙는다. 26일에는 시애틀에서 이집트와 경기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던 이란 대표팀은 훈련 거점을 멕시코 티후아나로 옮겼다. 선수단은 지난 3주간 튀르키예에서 훈련한 뒤 지난 7일 새벽 티후아나에 도착했다. 티후아나는 미국 샌디에이고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볼파즐 파산디데 주멕시코 이란 대사는 "이란축구협회는 선수단의 미국 비자 발급 여부가 불확실했던 데다, 대표팀의 미국 체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란 내에서 커지면서 당초 애리조나에 마련할 예정이었던 베이스캠프를 멕시코로 옮기기 위해 막판 협상을 벌였다"고 밝혔다.
현재 이란 대표팀은 티후아나의 에스타디오 칼리엔테 경기장에서 훈련 중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곳은 현재 이란 대표팀이 월드컵 기간 동안 임시로 마련한 사실상의 베이스캠프"라며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비 인력들이 차량과 스모그로 가득한 경기장 주변 도심을 몇 시간마다 순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기장은 멕시코 주요 축구 도시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거친 인조잔디로 유명해, 멕시코 리그 팀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 경기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대표팀은 전날 티후아나의 21세 이하(U-21) 팀을 상대로 3대0 승리를 거두는 등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원래 예정됐던 카리브해 국가 그레나다와의 평가전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현재 U-21 팀이 이란 대표팀이 상대할 수 있는 사실상 가장 경쟁력 있는 연습 상대가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란 대표팀은 오는 14일 FIFA 공식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미국 LA로 이동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이 월드컵 운영·지원 인력 15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일부 스태프 없이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1930년 월드컵 창설 이후 개최국이 현재 전쟁 중인 국가를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