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석인 연방 법무부 장관에 자신의 최측근이자 형사사건 개인 변호인을 지낸 토드 블랜치 현 법무장관 대행을 공식 지명했다. 철저한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요구받는 사법 수장 자리에 '절대 충성파'를 앉히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CNBC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랜치 대행을 정식 법무장관 후보자로 발탁하고 상원에 인준안을 보냈다. 지난 4월 2일 팸 본디 전 장관을 경질하며 블랜치를 대행으로 임명한 지 두 달여 만에 정식 기용을 결정했다. 블랜치 후보자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된 주요 형사사건을 도맡아 방어한 핵심 인사다. 성추문 입막음용 자금 지급 의혹과 국가 기밀문서 불법 반출 사건 등에서 수석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선을 두고 정계에서는 심각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행 시절 블랜치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며 편향성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세청(IRS)을 상대로 낸 100억달러 규모 소송을 무마하는 대가로 18억달러 규모 사법 피해자 기금 조성을 추진해 논란을 키웠다. 이 합의문에는 트럼프 일가 세금 문제를 향후 영구적으로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조항이 담겼다. 아울러 2021년 1월 6일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가담자들에게 보상금이 흘러갈 가능성까지 불거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을 샀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로자 딜로로 하원의원은 지난 2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블랜치 후보자를 향해 "미국 법무장관 대행으로서 당신이 하는 일에 어떠한 이해충돌도 없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에 블랜치 후보자는 "무엇이 이해충돌이라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섰다. 딕 더빈 상원의원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역사상 가장 부패한 사업에 관여해 왔지만, 토드 블랜치는 분명히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블랜치 후보자는 논란이 커지자 기금 추진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문서화하는 것은 거부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처리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본디 전 장관은 최근 하원 비공개 조사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범 엡스타인 파일 공개 관련 책임자로 블랜치를 지목했다. 당시 법무부는 피해자 이름을 규정대로 가리지 않거나 다수 문서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블랜치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려면 상원 인준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자질과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이 산적해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백악관 비공개 행사에서 댄 스캐비노 부비서실장 등을 통해 이번 지명을 사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