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공중 군사 작전을 총괄하던 주한미군 공군 지휘관이 미국 태평양공군 2인자 자리로 이동한다. 북한 억제에 집중했던 한국 내 실전 지휘 경험을 인도·태평양 전구 전체 방어 전략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미국 행정부 내부 구상이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각)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데이비드 R. 아이버슨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 태평양공군 부사령관으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보직에 공식 취임하려면 미국 연방 상원 인준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이버슨 중장은 1991년 임관해 F-15 전투기 등 총 5400시간 이상 비행 기록을 보유한 작전통 베테랑 조종사다. 2024년 1월부터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비롯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산하 공군구성군사령관, 제7공군사령관 핵심 요직을 도맡았다. 그는 부친 로널드 아이버슨 전 사령관 행보를 따라 2대째 제7공군을 지휘하며 군 안팎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고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이번 지명은 한국 현장 사령관에서 상위 본부 부사령관으로 직책을 옮기는 형태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장 환경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실무형 지휘관을 인도·태평양 공군력 핵심 설계 보직에 앉힌 수평적 상향 이동으로 평가한다. 태평양공군은 지구 표면 절반 이상을 관할하며 약 4만6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운용하는 최고 핵심 거점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대만해협을 아우르는 넓은 작전 지도 안에 한국 방어망을 깊숙이 편입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군은 오산과 군산 등 최전방 기지에서 다진 분산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일본, 알래스카, 괌 기지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항공 통합 네트워크 구축에 아이버슨 중장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후임 주한미군 부사령관에는 데이비드 G. 슈메이커 공군 소장이 중장 진급과 함께 지명됐다. 슈메이커 지명자 역시 과거 군산 공군기지에서 제8전투비행단장을 지내는 등 한국 내 현장 근무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알려졌다. 전임자를 상급 부대로 올리고 후임에 지한파 지휘관을 임명하면서 한국 공군을 향한 미군 측 요구 수준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향후 오산과 청주 등 주요 기지 활주로 신속 복구 능력을 포함해 순항미사일과 무인기에 대응하는 방공망 보강을 한층 거세게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군사 전략 안에서 한반도가 단순한 대북 전초기지를 넘어 인도·태평양 공군 작전망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핵심 뼈대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